무연 휘발유는 매연이 없어 무연인가 세상의 모든 지식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계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상식이겠지만, 보통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아 간단히 말해보려 한다. 무연 휘발유의 무연은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납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한자로 쓰면 무연(無鉛)이라고 쓰는데, 연기가 없다는 뜻의 무연(無煙)과는 다르다. 후자는 '무연탄' 등에 쓰이는 말로, 무연탄 같은 경우에는 탄화 정도가 높아서 불을 붙이면 불꽃이나 연기가 잘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연소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전자에 쓰인 '연(鉛)'은 납을 뜻하는 한자로, '연필' 할 때에도 이 '연(鉛)'자를 쓴다. 지금은 연필을 흑연으로 만들지만 원래는 납덩이를 들고 쓰던 것이 시초라 그런데, 실제로 납을 가지고 종이 위에 그어 보면 제법 글씨가 잘 써진다.

무연 휘발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일단 유연(有鉛) 휘발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애초에 휘발유에 자연적으로 납이 들어 있던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무렵의 휘발유의 성능이란 별 보잘것 없는 것이어서 낮은 옥탄가로 인하여 발생하는 노킹이 끊임 없는 골치거리였다. 그러던 와중에 1921년 토머스 미즐리 2세라는 한 천재 발명가가 휘발유에 '테트라 에틸 납'이라는 알킬납을 첨가하여 옥탄가를 높이는 방법을 발견하였고 그것이 유연 휘발류의 시작이자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성능상으로야 유연 휘발유는 아주 훌륭하다. 옥탄가가 높아져 노킹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첨가된 납은 또한 금속윤활제의 역할도 하여 밸브나 피스톤링 등의 마모도 방지해 준다. 하지만 납이란 게 애초에 휘발유처럼 연소가 되는 놈이 아니기 때문에 배기가스로 전부 배출될 수밖에 없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대기를 오염시키면서 우리 몸 속으로도 들어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유연 휘발유의 납 성분은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촉매장치를 망가뜨리기도 하는 이유로, 납 이외에 다른 유해 배기가스까지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성능은 좋지만 환경이나 인체에는 완전히 빵점인 해법이다.

여담이지만 앞서 말한 위대하신 천재 발명가 토머스 미즐리 2세님은 지구 환경과 인류 건강을 해치는 데 천재적이었다. 그가 발명한 또 하나의 걸작이 있으니 바로 CFC(염화 플루오르화 탄소)라고 하는 물질인데 우리가 흔히 프레온 가스라 부르는 그것이다. 운 좋게도 그는 자신의 걸작 발명품들이 지구를 엉망으로 망쳐놓는 꼴을 미처 다 보지 못하고 1944년에 죽었다.

유연 휘발유는 납이라는 유독물을 첨가했다는 표시로 자동차용은 붉은 색, 항공기용은 푸른 색으로 착색하여 구분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그 유해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뾰족히 별다른 대체물이 없어 발명된 이후 수십년간 줄기차게 사용되어 왔다. 납이란 물질 자체가 흔하고 가공하기 쉽고 저렴하기 때문에 이만한 놈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납을 뿜어댈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대체물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고, 결국 납 대신에 MTBE(Methyl Tertiary Butyl Ether)라는 석유화합물을 첨가하여 옥탄가를 높인 무연 휘발유가 개발되었다. MBTE는 휘발유와 함께 연소되어 배기되기 때문에 납보다는 훨씬 낫고 배기가스 중의 일산화탄소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한 이유로 1980년대 무렵부터는 유연 휘발유 대신에 무연 휘발유로 대체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의 경우 1993년부터 유연 휘발유의 판매를 금지하고 무연 휘발유만을 생산/판매하도록 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러니 지금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는 모두 무연 휘발유이다. 색깔도 당연히 붉게 착색되어 있지 않다. 영어로는 'unleaded gas' 또는 'white gas'라 한다. 일반 무연 휘발유 외에 고급 휘발유라는 것이 있긴 한데, 옥탄가를 좀 더 높인 것이며 그것 역시 무연 휘발유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참고로 무연 휘발유에 첨가되는 MTBE가 무해한 건 아니다. 제조과정이나 주유소에서 흘러나온 휘발유 속의 MTBE 성분이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고, MTBE 자체가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유연 휘발유에 비해 배기가스 중의 탄화수소(HC)와 유해 알데히드 성분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한다.

무연 휘발유가 연기가 안나서 무연인 게 아니라는 말을 하려다 이야기가 너무 장황해졌다. 아무튼 그렇다는 얘기다.

덧글

  • 에이엔_오즈 2006/07/25 16:35 # 답글

    몰랐어요! (....아무튼 그렇다는 말에 한마디로만 -ㅂ-)
  • 랭보 2006/07/25 17:29 # 답글

    아무튼 그랬군요! -ㅂ-
  • 이희영 2006/10/09 13:37 # 삭제 답글

    좋은글 잘봤어요 ^ ^
  • 랭보 2006/10/09 18:42 # 답글

    고맙습니다 ^
  • cjs 2007/12/08 13:22 # 삭제 답글

    연기가 아니구낭. ㅋㅋ ㄱㅅㄱㅅ
  • 랭보 2007/12/09 22:24 # 답글

    그렇습니다. ㅎ
  • Jurei 2013/06/01 12:47 # 삭제 답글

    글쿤.. 납, 프레온 가스.. 프레온 가스가 대기오염으| 주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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