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오키나와 낙도 기행 7
아침 9시 20분.
이리오모테를 떠나 페리를 타고 다시 이시가키의 리토산바시로 간다. 어제 이놈의 페리를 타다가 눈이 뒤집히는 경험을 했는지라 이번에는 철저한 대비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배에 올랐다. 일단 배에 타기 전에 익숙하지 않은 음식(ex. 루트비어)은 먹지 않는다. 배를 타서는 가능한 한 뒤에 않아서 TV나 글자를 보지 않고 쓸데 없는 생각을 하지 않는 채로 무념무상의 상태로 있는다. 말 그대로 인간 목석이 되어야 한다. -_- 이런 대비 탓인지 돌아올 때는 무사히 별 탈 없이 올 수 있었다. 어젠 정말 루트비어가 문제였나...

이시가키로 돌아왔지만 바로 또 배를 타고 떠나야 한다. 오늘 오전부터 한나절 정도는 바로 옆에 있는 다케토미 섬에서 보내기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이시가키를 둘러보는 건 오늘 오후의 일이 될 것이다. 일단 다케토미행 10시 30분 페리의 표를 사고선 가까이에 있는 렌트바이크 가게에 한번 가 봤다. 있다가 이시가키에 돌아와서는 스쿠터를 렌탈해서 타고 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알아본 이 가게는 평은 좋은데 예약은 받지 않아서, 스쿠터가 여유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여유가 없을 것 같으면 미리 빌려놓으려고 간 거였다. 근데 대충 상황을 보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게는 쬐끄만데 바이크는 꽤 많다. 50cc 스쿠터가 20대 정도? 리토산바시 바로 뒤편에 있는 이 가게의 이름은 '난고쿠야[南国屋]'다.



다케토미로 출발했다.
여행기 1편의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케토미는 이시가키 바로 옆이기 때문에 페리를 타고 10분이면 간다. 배멀미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이 완전 여유다. 아, 도착하기 5분쯤 전부터 배가 지나가는 주위의 바다색이 정말 예쁘다.



간단히 도착.
날씨도 좋아서 아주 기분 짱이다. 이제 자전거만 빌리면 이이상 퍼펙트할 수가 없다. 아무 정보 없이 그냥 가면 자전거 빌릴 수 있다는 얘기만 보고 와가지고, 이젠 어떡해야 하나 두리번 눈치를 보니 저 앞에 무슨 봉고차들이 쭉 늘어서 있다. 대충 눈치를 보니 섬 안의 가게나 민숙들이 손님 끌러 나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제일 처음에 있는 자전거 렌탈 봉고차에 올라 탔다. 이름은 '렌터사이클다케토미[レンタサイクル竹富]'다.

그냥 고른 건데 재수가 좀 좋은가 보다. 항구 반대편에 비치가 있는데 가게도 그 근처란다. 자전거를 빌린 다음 비치부터 먼저 가기로 했다. 자전거 렌탈은 1시간에 300엔으로 5시간 이상은 당일 한정해서 1500엔이다. 쬐끄만 섬이라서 자전거에 자물쇠 같은거 채우지도 않는다. 가게 이름 써 놓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기어 같은거 없는 그냥 자전거인데 생각보다 잘나가고 앞에 배낭 싣는 바구니도 있어서 진짜 편하다. 바구니 달린 자전거는 평소라면 절대 사절인데 여행지에서선 그런 거 따지는 게 오히려 찌질한 거다. 배낭을 바구니에 넣고 비치를 향해 신나게 달린다.

다케토미 섬의 비치라면 당연히 '콘도이비치[コンドイビ-チ]'다. 정말 이 섬에서 뿐만 하니라 야에야마 제도를 통털어서 제일 유명한 비치라고 해야 하나... 영화나 드라마 배경으로도 엄청 나오고 정말 그림과 같은 경관으로 이름난 곳이다. 자전거 가게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금방 도착했다.



다 온 것 같다. 나무들 사이로 난 입구를 통해 바다가 살짝 보인다.



진짜 다 왔다. 바로 저기다. 어제 이리오모테에서처럼 또 마음이 급해진다.



콘도이 비치!
으아, 진짜 이렇게 넓은 비치는 처음 봤다. 생전 이런 곳은 보도못했다. 하여튼 짱 근사하다.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부족한 느낌이다.






백사장과 바다가 졸라 얕고 넓게 퍼져 있고, 엷은 에메랄드빛의 바닷물은 빠르게 북에서 남으로 물결지며 흐르고 있어서 그 분위기가 참 묘하다. 정말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 바로 눈 앞에 있으니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마침 썰물때라 사진에서 보듯이 바다 한가운데 모래로 된 둔덕이 모습을 드러내어 사진으로 많이 보던 그런 모습이 되었다.



열라 준비하고 입수.
근데 아쿠아슈즈가 없어서 맨발이라 정말 곤란하다. 들어가다가 기어코 발을 다쳤다. 우리나라 비치와 달리 남국의 비치는 산호가 있어서 맨발은 꽤 곤란하다. 이곳은 그나마 모래로 된 백사장 위주지만 그래도 산호 조각이 섞여있다. 생전 처음 와보는 거라 시행착오를 할 수밖에.




바다 가운데 섬까지 가는 도중의 얕은 물 밑에는 산호보단 모래 위주고 해삼이 엄청 많았다. 가끔 저렇게 거대한 불가사리도 있다. 저건 손바닥 두 배 정도의 크기였다. 걸어가면서 모르고 해삼을 밟으면 느낌이 열라 이상하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뭉클한 감촉. -_- 마음이 급해서 서두르다가 마스크를 깜박 물에서 놓았는데 물살이 빨라 금방 떠내려가 사라져 버렸다. ㅜ.ㅜ





무릎 정도 오는 바다를 건너 앞에 있는 모래섬으로 간다.









모래 섬에 와서 보니 새로운 세상이다.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부족하고 그저 멍하니 주위를 감상할 뿐이다. 사진을 좀 잘 찍어보려 했는데 여기서는 아무래도 좀 더 광각 렌즈가 필요하다. 이 광경을 담기에는 카메라의 화면이 너무나 좁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짱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때마침 해도 났다. 바다에 누운 채로 둥둥 떠서 한참동안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눈에 보이는 광경과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평상시와 달리 너무나도 이질적이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참 생소했다. 이런 것도 여행 하는 맛인가...







한참을 이렇게 정신을 빼앗긴 채로 놀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변으로부터 아주 멀리까지 나오게 되었다. 어느새 둘러 보니 바닷가에서 몇백 미터는 떨어진 곳까지 나와 있다. 슬슬 돌아갈까 생각하고 일단 해변으로 나왔다.



바다에서 나와 샤워를 하고, 수영복이랑 수건 등을 저기 돌담에 널어 놓고선 담배 한 대 물며 쉬었다. 햇볕이 따끈따끈해서 수건도 금방 마를 것 같다. 근데 그렇게 쉬고 있던 와중에 저기 앞에 어떤 커플을 발견했으니...



처음엔 이쁘장한 여자애가 있어서 그냥 눈이 갔던 것 같다. -_- 아저씨짓좀 안해야 하는데 본능을 이기기는 참으로 어렵다. 근데 이상한 것이 여자의 화장이 아무리 봐도 정말 완벽했다. 분명히 막 바다에 들어갔다 나와서 씻고 온 상태인데, 샤워장도 무슨 화장을 할만한 번듯한 곳도 아니었는데... 역시 여자는 대단하다.




이거는 그냥 쉬면서 비치 주위를 찍은 것이다. 근데 왜 저 여자애는 자꾸 잡혀서 구도를 망치고 있는 건지. -_-
저 뒤에 보니 빙수를 파는 차가 보인다. 대나무 발을 드리우고 빨간 글씨로 氷자를 써 붙여 놓은 차의 모습이 이곳 바닷가와 참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덥기도 하고 가게도 예쁘길래 빙수 하나 사먹었다.
시원하니 참 좋다. 빙수 먹고서 더 늦기 전에 대충 짐 챙겨 나왔다. 아무리 좋아도 마냥 있을 수도 없고 다른 구경도 해야 하니까. 일단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기로 했다. 메뉴는 어제 실패했던 소바다.



콘도이비치와 가까운 곳에 여기 다케토미 섬에서 가장 알려진 음식점 '타케노코[竹の子]'가 있다.
소바로 이름깨나 있는 곳이다. 도착하니 역시 유명 가게라서 대기판에 이름을 적어 놓고 기다리란다. 한 15분 쯤 기다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대기할 때 내 뒤에 좀 어리버리해 보이는 여자 한 명이 있었는데, 우연인지 당연한 건지 카운터 내 옆에 앉게 되었다. 근데 무슨 주문하는데 말을 더듬는다. 야에야마소바를 말하는데 그걸 버벅이는 거다. 마치 처음 해보는 말을 하듯이. 순간, 이 사람 한국사람 아냐? 하는 생각이 팍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힐끗 보니 어째 차림새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소바도 소바지만 일단은 맥주 한 잔이다.
아 정말 이렇게 더운 날에는 이거 말고 다른 건 다 필요없다. 특히 이상하게 일본 생맥주가 우리나라 생맥주보다 맛있는 것 같다. 쪽발이꺼 인정하는 게 분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오키나와 지방엔 고유의 맥주 브랜드 '오리온'이 있는데 이게 꽤 맛있다. 구수한 맛이랄까, 옛날 생각나는 맛이다.



밥은 먹어야 하니 야에야마소바도 시켰다.
야에야마소바는......아우......왜이런 거냐. 아 증말 오키나와 소바는 면이 열라 아니다. 어제 거기가 이상한 게 아니고 오키나와쪽 소바의 면은 다 이런 건가 보다. 면이 밀가루 반죽 썰어서 삶은 건데 그 덜 삶은 식감... 참 적응하기 힘들다. 소금으로 간을 한 국물은 꽤 맛있었다. 이쪽 소바들은 면이 아주 비호감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그릇을 비우고 나왔다. 아, 아까 카운터 옆의 어리버리 여자애가 궁금해서 나오면서 대기자 명단을 봤는데 이름이 '모치즈키'였다. -_- 뭐야 일본인이잖아. 근데 혼자서 좀 주눅 든 채 쩔쩔매며 여행다니는 그런 스타일의 여자애였다. 실연여행이라도 온 건가...

밥도 먹고 했으니 마을 구경을 하기로 했다. 여기 다케토미의 마을은 전형적인 오키나와 전통의 모습으로 유명하다. 빨간 기와를 올린 지붕에 돌담길, 그리고 군데군데 피어있는 꽃들. 사람들 사는 마을이긴 한데 전략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해 주면서 옛 모습을 유지하게 하는 그런 구조인 것 같았다. 어쨋든 오키나와 본섬에서는 '류큐무라'같은 일종의 민속촌을 가야 볼 수 있는 모습이 여기서는 그냥 보통 마을의 풍경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더 잘 보라고 만들어 놓은 게 있었으니,



이런 전망대를 세워 놓았다.
모습은 저래 보여도 어엿한 전망대다. '나고미의 탑[なごみの塔]이라 이름붙여진 저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진 한 장 박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줄까지 선다는 게 좀 그렇지만 여기까지 와서 저기 한 번 안 올라가 보고 가는 것도 우스운지라 나도 조용히 가서 줄을 섰다.



뒤에 이런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건데 계단이 졸라 가파르다. 올라가는 사람들마다 무섭다고 난리다. 특히 내려올 때가 더 심한데, 사실 저 사진도 지금 생각해 보니 올라가는 중이었는지 내려가는 중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려갈 때도 저렇게 해서 뒤로 빌빌대며 내려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올라가 보니 이렇다. -_-
꽤 가파르긴 하다. 근데 솔직히 내 생각에는 무서운 것보다 저기서 미끌하면 줄 선 사람들 앞에서 개쪽먹는 게 더 크다고 본다. -_-



올라가 본 경치는 대충 이렇다. 해가 안나서 좋은 풍경은 안나왔다. 쫌 서운했다.



다시 마을을 달린다. 포장도로가 아니고 모래가 깔린 길이라 미끄럽지만 그게 또 참 운치가 있다. 어느새 해가 또 났다. 이 동네는 정말 날씨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다케토미 우편국.
우체국도 제법 운치가 있다. 마을의 다른 건물이랑 어울리기도 하고. 아마 그냥 가정집 개조해서 우편국으로 한 것 같다. 최근에 본 일본 영화중에 '니라이카나이로부터 온 편지'라는 영화가 있는데, 이 다케토미섬이 배경이고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여기 우편국을 맡고 있다. 영화에서의 우편국은 완전 가정집의 모습이었는데 실제와는 좀 다른 걸 보면 아마 세트였나 보다.




이거이 또 다케토미섬의 명물 물소차 관광이다.
타고 가는 사람 입장에서야 제법 운치 좀 있겠지만 나는 안 타서 그런지 왜그리 물소가 딱해보이던지. 어제 이리오모테섬에서 본 그 물소차는 이거에 비하면 양반이다. 여긴 거의 소형버스 수준으로 사람을 태우고 다닌다. 에구 물소 얼마나 힘들꼬. 근데 이 물소들이 참 영리한 게, 저 좁은 길에 저렇게 버스만큼 긴 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알아서 운전을 진짜 잘한다. 특히 코너를 돌 때, 긴 차 운전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머리를 아주 바깥쪽으로 틀어서 돌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옆구리가 코너 모서리에 긁히게 되는데, 이 물소놈이 그걸 정확히 알아서 바깥으로 한껏 크게 해서 도는데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그거야 그거고 물소가 불쌍한 건 사실이다. 마차 크기라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동네 구경을 대충 하고, 또 다른 해변을 가보기로 했다. 이 섬에도 별모래 해변이 있다. 별모래가 뭐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들다지만 그래도 어쨋든 별모래 해변이란다. 그리고 거기와 붙어 있는 카이지 비치라는 곳이 있는데 콘도이비치와는 사뭇 다르게 한적하고 좋은 곳이라고 하기에 가 보기로 했다.



카이지 비치 가는 길.
마을을 벗어나면 이런 길이 이어진다. 비록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이 길을 따라 계속 가고 있노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낙도 분위기가 물씬 난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난 이런 길이 좋다.



카이지 비치 입구에 왔다. 저기 보면 무슨 평상 같은 게 있어서 뭔가 하고 가까이 가 봤다.



이게 뭐야. -_- 뜬금없이 고양이들이 잔뜩 퍼질러 누워 있다.
애들이 아주 세상만사 다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드러누워 꼼짝을 않는다. 가서 건드려도 한번 쓰윽 쳐다보고선 그냥 그런가부다 하더니 바로 다시 잔다. 애들 정말 상팔자다.




카이지 비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앞의 콘도이 비치가 가족끼리 와서 화기애애하게 즐기기 좋은 이미지라면, 이곳은 혼자서 한가롭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그런 이미지랄까. 여유가 좀 더 있어서 저기 나무 밑에 대충 앉아서 책이라도 읽으며 한나절 정도 소일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마냥 있고 싶지만 다시 항구로 돌아가야 한다.
아쉽지만 돌아가는 길을 밟는 페달이 힘 없진 않다. 아마도 이런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겠지.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케토미항으로 돌아왔다.
페리를 기다리다가 한 컷 찍었는데,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은 아니지만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 수건을 두른 채 붉게 그을리고 달아오른 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그때의 느낌이 다시 떠오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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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 2006/09/26 01:25 | 오키나와 여행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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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에스엔에스 at 2006/10/02 14:30
너무재미있게 보고있는데요 다음이야기는 언제쯤 볼수있을까요??
Commented by 랭보 at 2006/10/02 17:26
곧 또 적어서 올려야죠. 여행기 말고 관련정보 게시물도 정리해서 올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ㅡ.ㅜ
Commented by 뽀록 at 2006/10/06 14:55
사진을 잘 찍으시는 거에요 아님, 갖다대기만해도 이런 그림인 오키나와에요?? 우와~ 디씨에서 보구 쌩~ 달려왔습니다^^;
Commented by 감솨~ at 2006/10/07 22:49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 아직 주변 정리가 되지 않아 그냥 고맙다고 먼저 글 남깁니다. 저는 태풍때문에 수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음.. 그 숙박지?에 lee상이 고맙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Commented by 북광록 at 2006/10/08 00:22
랭보씨의 글을 읽을때마다 나쓰메 소세끼가 생각나는군요.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랭보 at 2006/10/09 09:47
여행지에서는 원래 사진이 잘 나오는 법이니까요. 뽀록님도 한 번 가 보세요.

잘 다녀오셨습니까. 어떤 여행을 했는지 궁금한데 사진이든 자세한 얘기든 정리가 되면 저에게도 좀 전해 주세요.

나쓰메 소세끼는 지폐에도 새겨진 유명인이잖습니까. 적어 놓은 것도 많지 않은데 좋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박천문 at 2007/04/23 10:09
이번 여름방학에 오키나와 여행가려고 하는데
여행 경비가 얼마나 들까요? ㅠ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Commented by 랭보 at 2007/04/23 12:11
저도 이번에 다시 갈 예정입니다.
일정은 6/26~7/3로 잡아 놓고 있습니다.
여행 경비는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다를텐데, 찾아보시면 3박4일 정도의 자유여행패키지가 30만원대로 나와 있는게 있을 겁니다.
Commented by 안녕하세요? at 2007/04/26 00:17
사진 잘 봤어요.^^ 랭보씨가 생각하는 일본은 무엇이 괜찮고 어떤 것이 별루인가요?
저는 언젠가 한번 일본에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추운 지방쪽으로...홋카이도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한겨울...지붕까지 쌓인 눈때문에 꼼짝도 못하는 그런 지경이면 어떨까...
Commented by 랭보 at 2007/04/26 10:22
짧게(여행,출장) 몇 번 다녀온게 전부라 잘 모릅니다.
음...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보다 (땅덩어리가) 큰 나라라는 것 정도...
-_-
한 일이 년 정도 저도 거주해 보고 싶습니다. 혼자 지내기에 편한 곳 같아서. 아직 젊고 여성분이신 것 같은데,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봐도 될 것 같은데요? 여러 의미에서 얘깁니다.
Commented by whowho at 2007/04/26 23:00
답글을 꼬박꼬박 달아주시는군요. 이 블로그는 마치 조용하고 외딴섬에 주인이 있는곳 같아요. 아무도 안 사는 섬 같은데 우연히 들른 사람만이 그곳에 주인이 있다는 걸 알게되고, 기억하고 찾아오는곳 말이에요.
Commented by 랭보 at 2007/04/28 00:36
안녕하세요?

제가 이 블로그의 주인입니다.
조용하지만 항상 제가 있는 곳입니다.
Commented by 왓썹 at 2007/04/28 01:59
또 왔어요. 요즘 매일 들르네요. 방명록같은 메뉴는 없나요? 여기다 인사를 하려니 자꾸 그래도 되나 싶네요. 요즘 좀 심심해서요.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어요. 의미없는 얘기라도요. 그냥 자신이 되어 얘기를 나누고 싶네요. 사회생활이란 가면을 쓰고 내가 아닌 나가 되어 연기를 하는것 같아요. 인생을 연기만 하다 살다 갈 순 없잖아요. 사람들은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죠. 모두들 서로를 속이며 속고, 모르면서 아는척 ,알면서 모르는척...가면 뒤에서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또...울고...진실한 관계를 나누는 방법조차 잊어버린...거짓되고 이해타산적인 관계를 잘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양....이런말을 하고 있는 저도 역시 그런 사람이죠.
Commented by 랭보 at 2007/04/28 18:56
나는 두려움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합니다. 적당한 관계라는 것에 신물이 나고 무의미함을 느낄 때 집어 치우라고 소리 지른 다음 혼자 외로워집니다. 내가 그저 나와 이야기하는 거기에서는 조금 편안하지만 그런게 계속될 수 있는 건 겨우 하룻밤 정도뿐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게 되면 두려워집니다. 두려움은 욕심 때문에 생깁니다. 모든 것을 잘하고 싶은 욕심을 버릴 수 없으면 적당한 관계라 깔보았던 나에 대해 사과하면서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만족에 미치지 못하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을 가지면 두려움이 생깁니다. 나의 욕심이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면 끊임없이 둘이 충돌하고 나는 괴로워 하게 됩니다. 결국 공자가 말했던가 '종심소욕 불유구'라는 얘기가 떠오르는데 거기까지 다다르기에 우리는 그냥 작은 인간일 뿐이니까요. 나이 먹으면서 조금씩 느끼게 되는데 자기 자신 속에 어떤 안 좋은 것이 있을 때는 타인이나 외부에 그와 같은 것이 있으면 유난히도 민감하게 그걸 발견하고 혐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보는 것은 나의 모습이 반영된 세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실체는 그렇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그것이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사람들마다 서로 다르게 느끼는, 사람수만큼의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dj at 2007/04/29 13:08
어렵네요~ 제 고백을 하자면...어린 시절 가장 의지하고 믿을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부모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늘 무시당하고 무관심과 비난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 아무리 이성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 해도... 타인을 믿는 것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려 해도 금방 불신이 자리잡아 사랑을 이어갈 수 가 없습니다. 그래서 늘 외롭고 고독합니다. 그래서 이젠 아무와도 감정의 교류같은건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까지듭니다.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으면 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지만...누군가를 믿어야 되는 관계가 되면...그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 스스로가 괴로워집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랭보님이 보기에 제 상태가 어떤거 같나요?
Commented by 랭보 at 2007/04/30 16:55
위의 이야기에 비하여 이것은 듣는 사람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고백이네요. 어떤 상태인지 어찌 해야 좋을지 제가 무얼 알 수가 있어 얘기를 하겠습니까. 그런 거 말고 위에 요즘 심심해서 누군가하고 그냥 의미없는 얘기라도 하고 싶다는 걸로 이해하고 주저리주저리 말하겠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 속에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사는 경우는 나도 있고 당신도 있고 종류와 느끼는 정도는 다르지만 그렇게들 살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 것은 누구도 쉽게 내보이질 않아요. 다들 오히려 그 부분에서만큼은 초연하고 무심한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게 사람 심리인 것 같습니다. 단지 당신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선뜻 하는 것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사실은 건드리면 가장 아프고 반응이 큰 부분입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괴리감은 실제에 비해서 두 배가 되고요. 두 배라는 게 그러니까 예를 들면, 사람들이 많은 길을 가다 넘어졌을 때 태연하게 보이려 하면서 그 아픈 것을 수습하려면 좀 더 애써야 합니다. 그냥 소리라도 지르고 아픈 데 만져가면서 일어나 추스리는 게 나은데 우리는 그렇게 잘 하지 못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랬습니다.
거창한 용어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든가 트라우마라고 하나요? 이전에 외부로부터 충격이나 상처를 받아, 이후로 줄곧 그와 관련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 말입니다. 저도 한두 가지 마음의 상처라 할 만한 게 있습니다만 비교적 가벼운 내용인지라 예를 들어 말하기에도 뭣하네요. 제가 보기에 당신의 상태가 어떤 것 같냐고요? 지극히 정상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정상이라 생각한다는 건, 위에 얘기하신 내용을 읽고서 그 이야기의 흐름과 인과관계에 대해서 아무런 위화감이 없이 수긍하게 된다는 뜻으로 하는 말입니다. 남의 이야기니 함부로 말하는 겁니다만 나라도 그렇게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친구 중에 비슷한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정도의 경중은 모르겠지만 그애가 했던 이야기는, 부모님의 관심이 귀찮아 늘상 그걸 떨쳐버리고 싶어 바둥대며 자라 온 저에게는 아주 생소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애는 그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봤을 때 그 애는 자질구레한 세상사에 무심하고 무슨 일이든 어디에 기대지 않고 자기 혼자서 처리하곤 하는 모습이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워 좋아 보였습니다. 또래답지 않은 그런 모습이 멋있어 보여 내가 먼저 친해지고 싶어 말을 걸고 접근했지만 좀처럼 어느 이상을 허용하지 않더군요.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같이 잘 지내고 있지만 우리 둘은 서로 내밀한 고백을 나누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애의 마음이 어떤지 사실 나는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나이에 맞지 않게 의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애의 모습이 마음 속 트라우마로 인하여 생겨난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 애 역시 함께 지내며 같이 까놓고 부대끼고 보니 감수성 어린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타인을 믿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건 어느 정도는 누구에게나 공통된 사항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혹시나 하는 불신의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비교적 낙천적인 성격으로 자라버린 저는 가끔은 별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을 덥석덥석 믿어 버리는 때도 있지만 저 역시 일반적인 경우에 보통으로 그러는 건 힘들고 두렵습니다. 당신은 거기에 더하여 올려져 있는 무언가 무거운 짐이 더 있겠지요. 나는 그것을 밑져야 본전이라는 정도의 부담으로 할 수 있더라도 당신은 벼랑 끝에서 자신을 걸고 손을 내미는 정도의 각오로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로 인해 똑같이 상대에게 불신을 당하더라도 그에 대한 감수성의 역치는 나와 당신이 다를 겁니다. 나는 살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기고 넘어가겠지만 당신에게는 아득한 절벽으로 떨어져 버리는 느낌일 수 있겠지요.
이러한 아킬레스건은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이고 어느 부분에 그게 있느냐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그 부분을 섣불리 어떻게 하려 하는 건 위험하다 생각합니다. 제3자가 보기에 시덥지 않은 이유로 어이없이 사는 걸 포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런 자신만의 아킬레스건에 견딜 수 없는 상처를 받아서가 아닐까요. 특별히 무리하여 건드리면 안 되고 그냥 지금처럼 놓아 두고 견디어 가는 것만이 도리인 경우도 있습니다. 당신에게 있어서는 누군가가 불신의 굴레를 넘어 들어와 당신을 데리고 같이 그곳을 나가려고 끝까지 같이 기다려 주거나, 여기가 벼랑 끝이더라도 내밀어 보겠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생긴다면 무언가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그건 지금이 아니며 또 언제가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 때까지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견디어 가야지요. 그리고 설사 그런 계기가 온다고 해도 그 결말이 좋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까지는 지금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한 번의 큰 걸음을 걷고 난 후의 당신의 마음가짐은 아마도 지금의 그것과는 달라져 있을 테니까요.
Commented by .... at 2007/04/30 19:29
긴 대답 감사합니다. 저는 랭보님 얼굴이라도 알지만...랭보님은 알지도 못하는 모르는 사람에게 이토록 성의있는 답글을 달아주는걸 보면 마음 한구석에 사람들과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 같아요. 맞나요? 아마 저도 이 블로그를 둘러 보면서 랭보님의 사진과 글을 보면서 무의식중에 그런 느낌을 받아 슬쩍 자기 푸념을 늘어놓고 싶었나봅니다.써놓고 이상한 사람 취급 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이렇게 친절한 답글을 보니 괜히 눈시울이 불거지네요.^^ 랭보님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저는 이렇게 인터넷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얼굴도 공개하고 자신의 일상을 글로 적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보여요. 왜냐하면 저는 자신이 없어 항상 숨고만 싶어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제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인걸 알고 나서부터는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상 부러웠어요. 그래서 '당당해지자' '자신감을 갖자'라고 매일매일 다짐하죠. 하지만 정말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조금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답니다. 오늘 답글 감사하구요. 익명이지만 누군가에게 이렇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건 정말 후련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이해와 관심을 받는다는건 그 순간일 뿐이지만 진실로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네요.^^랭보님은 뜻하지 않게 이렇게 불쑥 찾아온 손님의 고민상담을 해주셨는데...제가 보기엔 상담사가 되어도 좋을 정도로 상대를 이해해주는 마음이 있는 분 같아요. 내일도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앞으로도 가끔씩 들러 랭보님의 안부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좀 있으면 간다는 오키나와 여행...도 또 잘 하고 오시길 바랄게요.그럼.^^
Commented by 랭보 at 2007/05/07 14:31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길 바라고 가끔 들르세요. 새로운 건 없지만.
Commented by koko at 2007/05/18 23:16
잘 지내셨나요?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피곤하고 전혀 에너지가 생기지 않네요. 이렇게 시간에 치어 살아가는게 인생인가 싶기도하고...뭘 어떻게 해야 힘이 날지 모르겠어요. 뜨거운 태양 아래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은건 마음뿐...실행을 결심하고 떠나기에는 이것저것 걸리는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매일이 그저...어제와 같은 오늘...오늘과 같은 내일뿐이네요.
Commented by 랭보 at 2007/05/24 00:56
인생을 사는 건 내가 아니라 시간이에요. 기회가 되면 같이 조금 더 얘기를 해 보도록 해요.
Commented by 난쿠루 at 2007/11/17 11:59
다케토미섬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예전부터 이 곳 여행기를 찾고 있었는데
정말 찾는 게 힘들었어요 근데 이런 좋은 블로그가 있었다니!
사진도 너무 좋고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역시 혼자 하는 여행은 특별한 느낌인 것 같아요
Commented by 랭보 at 2007/11/19 16:18
어떤 계기로 다케토미섬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난쿠루 at 2007/11/20 12:53
아, 특별한 계기는 아니구요 2004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일본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간 적이 있는데 친구 아버님께서
여행이랑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서 각종 여행 서적이 집에
널부러져 있더라구요.
저녁 먹고 심심해서 여행 서적을 하나 봤는데
그 책 안에 다케토미섬도 소개되어 있었어요.
그 때 그 사진 몇 장 보고 반해버린게 계기라면 계기...;
제가 도심보다는 좀 한적한 시골을 좋아하는 시시한 체질이라
다케토미 그 돌담집이 모여있는 마을 사진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 후로 없는게 없다는 네이버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다케토미 여행기가 있는 블로그가 없었는데
지난주에 일본어로 웹검색 하니까 랭보님 블로그가 나왔어요
사진도 좋고, 많고, 재미있어서 회사에서 이러고 있네요@_@
Commented by 랭보 at 2007/11/21 09:51
없는게 없다는 네이버에선 안 나오고 일본어 웹검색에는 나왔다는게 희한하네요. 제가 난쿠루님 같은 분을 위해서 직접 가 보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정리해 놓았습니다. @.@
많은 애용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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