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오모테에서 첫날밤을 자는데 역시 자다가 더워서 깼다. 코인쿨러에 무려 500엔인가 넣어 놓고 잤는데도 바로 꺼지자마자 새벽 5시쯤에 자동으로 깨게 되어 있는 이 이리오모테의 한증막 시스템에 경의를 보내며 다시 200엔을 얼른 더 집어 넣고는 또 잤다.
아침식사가 7시반부터라 여유있게 7시에 일어났다. 집에서도 7시에는 못 일어나는데 여행오니 애가 미쳤나보다. 7시에 딱딱 일어나서는 바로 세수하고 다이빙 갈 준비 해놓고 밥 먹으러 내려간다. 아침식사는 저녁만큼 푸짐하진 않고 보통 일본의 아침밥처럼 나온다. 여기 이리오모테 특산의 식재료보다는 보편적인 일본 아침식사 메뉴다. 계란후라이에 베이컨, 연어구이 한조각에 된장국 그런 정도. 근데 그거 외에 식빵에다 토스트기, 그리고 칸피라소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잼이 서너 종류 나와서 마음껏 먹도록 되어 있다. 잼은 망고 뭐 그런 여기 과일 가지고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귀찮아서 맛을 못 본게 지금와서 후회된다.
아침을 먹고 담배 한 대 피우러 거실로 나오니 유미가 오사카로 돌아가려고 이렇게 짐을 싸가지고 나와서 파인애플을 먹고 있다. 여행에서는 이렇게 만나고 헤어진다. 일회용 만남이 만남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건 이런 여행에서만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연락처를 교환한다든지 하는 이후의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만나고 헤어진다.
이리오모테 도착 첫날 서먹해하는 나에게 유난히 잘 대해 주고 어울려 주어 고마웠다. 다음에 이리오모테에 왔을 때 같이 다이빙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미짱 보내고 나서 나도 금방 다이빙 하러 갈 준비를 했다. 이 날은 아침 9시부터 저녁때까지 하루 종일 다이빙을 한다. 아침에 보트를 타고 나가서 그날 내내 보트 위에서 생활하는 것이라, 혹시나 해서 전날 자기 전에 비밀리에 한국에서 사가지고 간 키미테를 왼쪽 귀 뒤에 붙였다. 붙이고 나서 거울을 보니 생각보다 눈에 너무 잘 띄어서 좀 쪽팔렸지만, 나중에 배에서 웩웩거리는 추태를 보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그냥 참기로 했다.
아무튼 9시가 되어 다이빙 출발했다. 우에하라 항에 정박해 둔 Mr.사카나의 보트를 타고 일단 이리오모테 북쪽에 있는 하토마섬 쪽으로 향했다. 오늘은 하토마 섬 부근에서 다이빙 할 거라고 한다.
그리고는 열라게 다이빙을 했다. ㅡ.ㅡ;;;
다이빙 관련 내용과 사진은 별도의 게시물로 올렸으니 다음 링크를 보시고~
이 날의 다이빙 보기 => (
[2007] 오키나와 낙도 다이빙 1 )
일단 Mr.사카나에서는 첫 번째 다이빙을 하고 점심을 먹는다. 이 날은 하토마지마 항구에 잠시 정박하여 도시락을 까먹기로 했다. 도시락은 무려 하나에 680엔이나 받는 고급(?) 도시락으로 반찬도 꽤 여러가지 있고 양도 많고 맛있었다. 확실히 느끼는 건데 일본애들 절대 소식하지 않는다. 나도 양으로 따지자면 먹을만큼 먹는 놈인데 이거 도시락 하나 먹으니 배가 부르더라.
그나저나 하토마섬 항구의 바다색이 너무 이뻤다. 우에하라 항은 항구 자체의 경관은 그냥 그런데 여기 하토마섬의 항구는 쬐그매서 그런지 훨씬 아늑하고 운치가 있었다. 대충 작은 배를 하나 찍어도 이렇게 나올 정도니.
도시락을 실컷 까먹고 나면, 고맙게도 파인애플까지 깎아서 준다. 피치파인이랑 그냥파인이랑 골고루 깎아서 주는데 진짜 파인애플이 왜이렇게 맛있는지, 세관에 걸리지만 않으면 몇 개 사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동식물 생것으로는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엄두를 못냈다.
사진에서 열심히 파인애플을 자르는 사람은 Mr.사카나의 스탭이자 인스트럭터인 '쿠리하라'상이고, 오른쪽에 퍼질러 있는 언니가 나의 다이빙 버디인 '토이'상이다. 이 언니는 배멀미를 진짜 심하게 해서 배 위에 있을 때는 거의 좀비로 지내다가 물 속에서는 쫌 살아나고 밤에 로그북 적기 위해 다이빙 샵에 모일 때에는 아주 팔팔하다. 무슨 식물 연구하는 일을 한다는데 좀 더 얘기를 해 보고 싶었지만 배 위에서 좀비로 있는 사람에게 차마 말을 걸 수가 없어서 별로 대화를 못 했다.
도시락이랑 파인애플까지 받아 먹고서 소화도 시킬 겸 배의 2층에 올라갔다. 누구는 하토마섬에 상륙해서 매점에 간다고 갔는데 난 이더위에 움직이기가 귀찮아서 그냥 말었다. 이쪽 여행에서 가장 큰 적이 더위로 인한 귀차니즘이다. 이로 인해 사진 찍을 경치도 여러번 놓쳤다. 아무튼 크루저 2층에서 슬슬 바람 쐬면서 있으니 한량이 따로 없다.
하토마섬 항구의 바다와 하늘과 구름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야에야마의 이상적인 낙도 풍경 중의 한 가지라고나 할까. 동남아와는 가깝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이 경치를 보고 있노라면 참 묘하다. 그러니까 뭐랄까 바다와 하늘의 모습은 틀림없이 이국적이고 남국의 것이 분명한데, 그것과 어울려 있는 인공적인 구조물의 모습은 그저 저기 우리나라 바닷가의 부두와도 꼭 닮아 있어서 매우 낯이 익은 거다. 이런 익숙한 사물과 낯선 자연이 한데 모여 있는 게 이쪽 낙도의 풍경이다. 거기에 이쪽 지방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2층에 올라가 아래를 보니 저마다 느긋하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벗어 놓은 다이빙 수트 위에는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고 웨이트벨트가 올려져 있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셀프샷. ㅡ.ㅡ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남풍이 세게 불어 파도가 거친데 여기는 이렇게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이 시기는 장마가 막 끝난 때인데, 이쪽 지방은 장마가 끝난 직후에 약 열흘 정도 남풍이 강하게 분다고 한다. 그래서 날씨는 좋은데 바다가 잔잔하지는 않다. 덕분에 큰 물고기가 나오는 '나카노오간 섬'같은 포인트에는 아예 가지도 못하고 뭐 다이빙에 최적인 시기는 아니라고 한다. 다음에는 이 시기는 좀 피해서 와야 겠다.
하토마 섬 항구 근처에는 이렇게 등대도 있고, 매점도 하나 있다. 섬 안쪽에 큰 수퍼 같은 건 없어서 무조건 민숙에서 차려주는 밥으로 살아야 한다고 한다. 하토마섬에 머무를 일이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르겠는데, 섬에 근사한 비치도 한두 군데 있고 안쪽에 학교도 있고 경치는 괜찮다고 하니 나중에 시간이 많으면 여기서도 하루 정도 묵어 봐야 겠다.
점심 휴식을 마치고 다시 배를 타고 나왔다.
두 번째 다이빙은 하토마 섬의 리프 안쪽 포인트이다. 하토마 섬은 그 둘레에 리프로 울타리처럼 빙 둘러싸여 있는데 이번엔 그 안쪽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는 거다. 리프가 울타리처럼 쳐져 있고 끊어진 곳은 한두 군데밖에 없어서 거길 입구 및 출구삼아 배들이 들락거리며 하토마섬을 오간다고 했다. 리프 안쪽이라 첫 번째 포인트보다는 바다가 잔잔해서 입수하기도 좋았다.
두 번째 다이빙을 마치면 일단 다른 사람들을 항구에 내려주고 숙소까지 데려다 준 다음, 세 번째 다이빙에 갈 사람만 태우고 다시 출발한다. 이 날의 세 번째 포인트는 우에하라 항 옆쪽에 있는 히나이비치라는 곳의 앞바다였다. 여기는 시야는 비치쪽이라 아주 좋진 않지만 바다거북의 집이 있어서 잘하면 거북이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거북이는 없었다. ㅡ.ㅡ
(다이빙 관련 사진 및 내용은 위에 링크한 다이빙 글을 보시고~)
3회 다이빙 마치고 돌아오면 금방 저녁식사 시간이다.
이날 저녁 메뉴 역시 푸짐하다. 가쓰오 사시미에 파파야 채썰은 것과 시쿼서 반쪽, 직접 잡은 구르쿤(오키나와 토종 물고기)튀김, 야채튀김(가지 등등), 라푸티(돼지 삼겹살을 간장양념에 푸욱 삶은 것), 소라조림, 가지나물, 샐러드, 헤치마(나베라라고도 함)를 넣은 맑은장국, 과일(파인애플,체리), 뭐 이렇게 나왔다. 정말 칸피라소의 식사 하나는 정말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퍼먹고 나서 대충 쉬다가, 밤 9시반에 다이빙샵으로 로그북 작성을 하러 갔다. 가니까 아까 배에서 겔겔대면서 좀비로 지내던 내 버디 토이 언니가 완전히 살아나가지고 지나가는 도바뱀붙이를 보면서 '초~카와이이~~'를 연발하며 귀엽다고 난리다. 덩치도 큰데 무슨 내숭인지 모르겠다.
다이빙 로그북을 적을 때 일단 제일 난감한 점은 물고기 이름이 죄다 일본어라서 거의 아는게 없다는 점. 대충 고기 종류는 일본어로 안다. 무슨무슨 '다이'로 끝나면 도미 종류고, '하제'는 망둥이 종류, '베라'는 놀래기, '가니'는 게, '에비'는 새우, '후구'는 복어, '우쯔보'는 곰치, '아지'는 전갱이류, '우미우시'는 갯민숭달팽이류 등등. 근데 앞에 이름이 붙으면 아주 적느라 정신이 없다. 다행히도 사진으로 된 도감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편했다. 우리나라엔 이렇게 꼼꼼하게 사진으로 잘 정리된 도감이 아직 없는 것 같다. 우리 다이빙 샵에 있는 도감을 봐도 우선 두께도 얇고 내가 직접 바다에서 찍어 온 사진인데도 거기 없는 물고기가 많다.
열심히 로그북을 적고 돌아오니 11시가 다 됐다. 사람들이 거실에서 술 마시면서 열심히 놀고 있었는데 다음날 또 다이빙도 해야 되고 오늘 3회 다이빙 하는 바람에 열라게 피곤해서 일찌감치 자러 올라갔다. 다이빙이란게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스태미너를 증말 많이 잡아 먹는다. 물고기한테 양기를 다 빨리는 건지. ㅡ.ㅡ
화장실에서 물 버리다 보니 이상한 놈이 기어 간다. 도마뱀은 아니고 보니까 뭔 벌레인데 주둥이 생긴 걸 보아하니 바구미 종류인 것 같다. 열대지방이라 바구미도 큼직하니 귀엽다.
코인쿨러에 100엔짜리 일단 3개 넣고 잠자리에 들었다,.
---------------------------------------------------------------------
보기좋게 정리된 오키나와 여행 관련 전체 게시물 목록 보기 =>
(Click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