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오키나와 낙도 기행 4 오키나와 여행

2007.06.29 (금)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러야 하는 날이다.

일어난 곳은 이리오모테인데 당장 9시반부터 쿠로시마에서 다이빙을 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리오모테에서 바로 쿠로시마로 가는 배가 있다면 오죽 좋으련만 이 동네는 그런 거 없다. 한 섬에서 다른 섬으로 가려면 반드시 이시가키를 거쳐야 한다. 닥치고 일단 이시가키로 돌아간 다음에 거기서 다시 쿠로시마로 가는 배를 타야 하는 거다.

사실 이렇게 아침 벽두부터 이동하느라 정신없이 다니고 싶지는 않다. 모처럼의 여행인데 느긋하게 일어나서 여유도 좀 부리고 그러면 좀 좋아. 하지만 또 모처럼의 여행인데 낮시간을 이동하느라 허비해 버리는게 못내 아쉬운 것이 또 여행자의 마음이다. 가뜩이나 없는 휴가 억지로 맞춰서 나오느라 여행 기간도 짧은데 말이다. 그래서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변함없이 새벽부터 일어나 짐싸고 출발하는 군대같은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그저께 밤에 로비에서 술을 마시면서 여기 '칸피라소'의 헬퍼(helper)로 있는 사토시에게 오늘 아침을 특별히 30분만 일찍 먹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해 두었다. 가뜩이나 바쁜 아침시간에 식사준비를 30분 일찍 해달라고 하는 거라 얘기를 꺼내기가 좀 미안했는데 사토시상이 흔쾌히 알았다며 배려해 주어서 어찌나 고맙던지. 이 친구는 얼굴도 꽤 잘 생겼다. 꽃미남 스타일은 아니고 서글서글하게 생겼는데 그와 어울리게 성격도 사교성도 좋으니 이번 여행에서 만난 첫번째 훈남이랄까.

다들 아침 먹으러 나오기도 전에 혼자서 도둑놈처럼 밥을 먹고 조용히 나왔다. 그래서 제대로 사람들하고 인사도 못 했는데 뭐 여행자들 사정이야 다 이런 거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리곤 우에하라 항으로 가서 배를 타고 이시가키로.

이시가키 리토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또 표를 사가지고 쿠로시마행 배를 타야 한다. 쿠로시마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쿠로시마도 그렇고 이리오모테도 그렇고 여행 오기 전에 예약을 다 인터넷으로 했다. 일본 애들이 고객관리는 확실히 하기때문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다고 해서 뭐 건성으로 생각하거나 까먹거나 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나나 걔네들이나 좀 불안한 게 인지상정이라 매번 하루 전날에 확인차 전화를 했다. 이곳 다이빙서비스쿠로시마와 민숙쿠로시마에도 어제 칸피라소에서 공중전화로 통화를 해 두었다. 원래 보통 9시쯤에 다이빙을 출발하는데 아마 나때문에 9시반까지 기다리는 것 같은 눈치였다. 항구에 마중나와 있을테니 항구에서 바로 보트로 가자고 하길래 이리오모테에서 출발할 때 안에 미리 수영복을 입은 채로 길을 나섰다.


쿠로시마항의 앞바다는 유난히 바다 색깔이 곱다.

23kg 가방을 질질 끌며 내려가지고 어리버리 주위를 살폈다. 주인아저씨가 마중나와 있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나야 주인아저씨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도 모르고 찾을 도리가 없다. 좀 걸어 나와서 차가 없나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슬슬 기어나오는데 주인아저씨(이름은 오구로상이다)가 나를 금방 알아보고 '리상?'하고 물어본다. 어떻게 한번에 딱 알아보는지 궁금했는데 아마도 스쿠버머시기라는 상표가 정면에 붙어 있는 이놈의 23kg짜리 가방때문인 듯하다.

보트가 요 근처에 있으니 잠깐 이걸 타고 가잔다. 오랜만에 트럭 짐칸에 타 본다. 보트까지는 1분도 안되어 도착했다. 뭐 항구 바로 옆이더라.

보트에 가 보니 역시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타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좀 미안해서 빛의 속도로 얼른 옷을 갈아입고 다이빙할 짐만 챙겨가지고 보트를 탔다. 이번 다이빙보트는 이리오모테의 Mr.SAKANA에서와는 다르게 아주 심플사이즈다.


일단 출발.
첫번째 다이빙포인트는 항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앞바다이다. 이쪽 바다 색깔은 정말 근처 다른 위치와는 전혀 다른 푸른색이다. 칙칙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맑은 빛깔이 너무나 곱다.

이것이 이번 다이빙보트다.

상당히 각오를 해야 하는 보트였다. 일단 사진처럼 배에 그늘이 전혀 없다. 하루 종일 이 보트를 타고서 다이빙을 해야 하는데 바다 한복판에 그늘도 없는 배 위에서 보내는 거다. 거의 로빈슨크루소가 뗏목타고 표류하는 수준으로 태양빛이 장난이 아니다. 뭐 대책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서 보트에 타는 사람에게 저렇게 밀짚모자를 하나씩 준다. 뭐랄까...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참 운치가 있고 비관적으로 보자면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할까. 배 뒤쪽에 네모나게 솟아 있는 건 무려 화장실이다. 비키니옷장같이 되어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일을 보면 아마도 바다로 직통으로 내려가는 것 같다. 하지만 배 자체는 엔진소리가 시끄럽지 않고 아주 조용하고 부드럽게 나가서 마음에 들었다. 뭐 운치도 있고...

그건 그렇고 주인아저씨의 피부색은 이미 흑인을 뛰어넘었다. 사진을 찍어도 저렇게 새까맣게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이번 여행에서 까만걸로는 최고였다.

보트에는 다이빙팀 말고도, 쿠로시마 옆의 파나리(아라구스쿠)라는 섬에 투어를 가는 사람들도 함께 타고 있다. 쿠로시마의 남서쪽에 아라구스쿠지마(新城島)라고 하는 섬이 있는데 흔히 '파나리'라고 부른다. 뭔가 신을 모시는 신성한 섬이라고 하는데 파나리는 이시가키에서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배편이 없어서 이렇게 쿠로시마나 이리오모테에서 투어 형식으로밖에 갈 수 없다. 파나리투어를 가는 사람들은 우리가 다이빙을 할 때 스노클링을 한다.

암튼 쿠로시마에서의 첫 다이빙 시작이다.
다이빙 관련 내용과 사진은 별도의 게시물로 올렸으니 다음 링크를 보시고~

이 날의 다이빙 보기 => ( [2007] 오키나와 낙도 다이빙 3 )

첫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와 쉬고 있으려니 주인아저씨가 사진 찍어 주겠다며 카메라를 가져간다. 아저씨가 혼자서 배도 몰고 다이빙팀이랑 파나리투어팀 가이드도 하고 바쁜데도 이것저것 잘 챙겨준다. 정말 섬사람 특유의 활력이랄까 그런게 느껴지는 아저씨다.

점심을 먹으러 파나리에 왔다.

사실 파나리투어팀 사람들을 여기에 내려주기 위해 온 건데 겸사겸사 다이빙팀 사람들도 잠깐 상륙해서 도시락을 까먹는다. 여긴 부두랄 것도 없이 그냥 간단한 접안시설이 있을 뿐이고 작고 고요한 섬이다. 다이빙했던 사람들끼리 파라솔 두어개 꽂고 같이 점심을 먹었다.

근데 같이 다이빙온 사람 중에 꽤나 못생기고 가슴이 열라 큰 여자애랑 같이 온 서양놈이 있었다. 그런데 이녀석이 또 그렇게 재수가 없을 수가 없어서 이얘기 저얘기 말도 열라 많고 참견도 엄청 하면서 나를 막 가르치려 들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 뭐냐 서양놈 특유의 억양으로 일본어를 하는데 내가 그런 억양을 싫어해서 더 재수없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녀셕 때를 못가리고 아무때나 나선다. 가급적 그녀석과 말을 나누지 않으려 신경을 쓰면서 열심히 도시락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서는 슬슬 근처를 두리번 거리면서 산책이나 했다. 파나리 섬 안쪽으로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이 섬이 위에서도 말했지만 무슨 신성한 섬이라서 출입금지 구역이 많다고, 아무데나 막 가면 안되기 때문에 투어도 가이드가 붙어서 들어갈 수 있는데만 데리고 가야 한단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셀카나 찍으며 놀았다.


근데 여기 파나리 앞바다가 또 그렇게 색깔이 곱다. 파나리쪽 바다가 물도 맑은 편이고 스노클링도 많이들 하러 온다고 한다.

근데 여기까지 와서 섬 안쪽에도 안가보고 가는게 아쉬워서 어떻게든 좀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물어보니 살짝만 잠깐 들어가서 옆에 언덕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섬 안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좀 올라가니 전망대 비스무리한 이런 언덕배기가 나온다. 여기서는 부두쪽 말고 섬의 반대편까지 훤히 보이는게 전망이 꽤 그럴듯하다.

이게 부두가 있는 쪽의 모습. 바다 건너 앞에 산세가 꽤 험해보이는 배경이 이리오모테섬이다.


이건 섬의 반대편 쪽 풍경이다. 앞에 보이는 바닷가가 풍경이 멋진 것이 가서 좀 놀면 좋을 것 같은데 신성한 데라니 뭐 어찌 할 수도 없고...그냥 내려와야지.

여기저기 이렇게 저런 문이 세워져 있고 그 옆에 표지판엔 들어가지 말라고 쓰여 있다. 신성한 섬이긴 한가보다. 그래도 뭐 내멋대로 파나리투어를 했다 치고 대충 보고 나왔다.

그렇게 소화를 시키고 이제 두번째 다이빙을 하러 출발하려는데...

배가 시동이 안 걸린다. 별지랄을 다해도 시동이 전혀 걸릴 생각을 안 하는거다. 엔진룸을 열어 보더니 셀모터가 나간 것 같단다. 이게 뭐야. 이거 완전히 거의 반 무인도인 파나리에 갇혀버렸다. 당연히 다이빙도 중지되고 아저씨는 막 도와줄 데 없나 열심히 전화를 한다. 그러면서 절망적인 멘트를 날리는데, 오늘 다이빙은 이제 튼거 같으니 그냥 여기 파나리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이나 하랜다. 완전히 절망!!!



절망의 스노클링.
울면서 스노클링을 했기 때문에 뭐 사진 찍은 것도 몇 장 없다. 확실히 산호가 예쁘게 잘 자라있긴 했는데 지금 그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


그렇게 울고 있는데 갑자기 구조대 도착!
이리오모테에 있는 투어샵인 '마린 카이유(海遊)'의 배가 도와주러 왔다. 선장같은 사람이랑 젊은 여자애랑 둘이서 왔는데 아마도 밧줄로 우리 배를 묶어서 끌고가 주려는 모양이다. 근데 선장이 배의 키만 잡고 있으면서 손하나 까딱을 안하고 저 사진에 있는 여자애한테만 열라 소리질러가며 막 시킨다.

'마린카이유'에서 일하는 여자애, 그렇게 선장이 막 시키는데 혼자서 밧줄 다 묶고 남자만큼 힘 쓰고 잘 하더라. 나이도 스물 갓 되어 보이던데. 새삼 이런 얘기 하긴 그렇지만 어느 정도 이런 면에서는 우리나라 여자와 일본 여자가 매우 다르다. 이리오모테 다이빙샵 '핫맹그로브'의 그 쬐끄만 여자애도, 'Mr.사카나'의 마리코짱도 다 남자와 똑같이 힘쓰고 일한다. 그렇다고 걔네들이 우왁스러운 체격인 것도 절대 아니다. 다들 귀엽고 여자다운 외모지만 일은 똑같이 하는 거다.

열심히 끌고 가고 있다. 끌고 가는거라 속도를 낼 수가 없어서 쿠로시마항까지 돌아가는데 한참 걸렸다.


정말 바다 색깔 하나는 이곳이 최고다. 보트 바로 옆을 내려다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파란색을 한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다. 실제로도 맑겠지만 그것보다도 이미지상으로 너무나 깨끗한 느낌이랄까, 탁한 이미지가 전혀 없는 그런 색이라서 계속 보고 있노라면 뭐라 표현하기 힘든 위화감이 든다. 현실의 색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위화감 말이다.

암튼 어렵사리 쿠로시마항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하여 다른 배로 갈아타고 두번째 다이빙을 나가기로 했다. 오늘 3회 다이빙 하려 했는데 비록 한번은 취소됐지만 그래도 2회 다이빙은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그렇게 또 다이빙을 하고...
다이빙 관련 내용과 사진은 위에 링크했던 별도의 그 게시물에 올렸으니 그걸 보시고~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고 숙소로 간다.

소의 섬이라 부르는 쿠로시마답게 항구 입구에 저렇게 커다란 소 동상이 있다. 여기 소가 일본 유명 소들의 뿌리라고 한다. 일본에서 소로 유명한 곳이라면 마쓰자카, 고베, 이시가키 정도가 있는데, 뭐 마쓰자카소의 소고기는 한 점 먹어보려면 손이 떨릴 정도로 열라 금값이기로 유명하다. 근데 그런 소들의 종자를 여기 쿠로시마에서 키워서 송아지를 각각 마쓰자카니 고베니 이시가키로 보내가지고 기르는 것이라니 여기가 바로 소의 섬인 거다.

차를 타고 쿠로시마로 오는데, 정말 쿠로시마는 그 한적한 분위기가 이시가키, 이리오모테, 다케토미 어느 곳과도 전혀 다른 게 느껴진다. 일단 섬에 언덕배기라고는 전혀 없고 전체가 완전한 평야에 목초지이다. 거기엔 소들을 풀어서 방목을 시키고.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에 여기가 딱이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오늘부터 2박을 신세질 '민숙 쿠로시마'의 모습.

들어가니 주인아주머니가 방을 안내해 준다. 아주머니는 아저씨와는 전혀 다르게 피부도 하얗고 성격도 세심하고 꼼꼼해 보이는 인상이다. 근데 별관 2층 방을 안내받아 들어가니 코인쿨러가 없는거다. 놀래가지고 당장 바꿔달라고 얘기해서 본관 1층의 방으로 옮겼다. 아주머니왈, 쿠로시마는 바람이 잘 불어서 선풍기만 가지고도 잘 수 있다는데 난 아직은 그 말에 반신반의다. 일단 코인쿨러는 확보해야 한다.



그리하여 옮긴 방은 넓기도 하고 졸라 좋다. 1층이라 편하고 바로 마당이랑 통해 있어서 내다 보기도 좋다. 저녁밥은 7시반부터 같이 먹는단다.

아직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시간이 좀 있길래 일단 동네나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여기는 자전거도 여러 대 있어서 자유롭게 타고 나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중에 좀 멀쩡해 보이는 놈을 골라서 끌고 나왔다.






돌담이 길을 따라 이어져 있는 모습이 정겹다. 이름모를 나무들이 무성하고 빨간 하이비스커스도 한창이다. 길도 반 정도는 포장이 채 되지 않은 흙길이라 자전거를 타고 가면 뽀얗게 먼지가 인다. 다케토미섬도 이런 비슷한 풍경이긴 했지만 사실은 거긴 관광지로서 정책상 그 모습을 유지하도록 규제되고 있다. 여기는 그냥 이렇게 살고 있다. 어떤 집은 돌담이 없이 번듯한 콘크리트 건물도 있고 슬레이트 가건물도 있고 다들 그렇게 자연스레 살고 있다.

이건 무슨 나무인지...바나나잎같이 생겨가지고.


한바퀴 돌고 들어와 마당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쿠로시마에 오니 시간도 왠지 조금 느려진 것 같이 느껴진다. 저녁까진 아직도 조금 남았다.


옥상에 올라가 둘러보니 저 멀리 소랑 공작이 알아서 놀고 있다. 이 집은 옥상을 개방했는데 밤에는 여기서 아와모리 술판이 벌어진다. 옥상 테이블에서 쉬고 있으려니까 여자애가 산신을 가지고 올라와 옆에 앉아서 그걸 켜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오키나와 지방의 민요를 썩 잘 부르길래 그걸 또 한동안 멍하니 보고 있었다. 저마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섬의 하루가 간다.

저녁밥은 칸피라소만큼 푸짐한 건 아니지만 맛있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구르쿤 구이에 각종 생선회, 어묵과 채소 조림, 문어 초무침, 짠지, 해조류를 넣은 국 정도였다. 오늘 같이 보트를 타고 스노클링을 갔던 부부와 함께 앉아 식사를 했다. 부부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부인이 아주 귀엽고 예쁘고 남편도 성격 참 좋게 생겼다. 말도 잘 걸어 주고 대화도 잘 통해서 이 부부와는 금세 친해졌다. 둘 다 서글서글하며 금슬이 아주 좋아보여 잠깐이나마 살짝 부럽기도 했다. 난 혼자 여행하는게 좋지만 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렇게 나중에 둘이 같이 다시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근데 다른 옆에는 아까 그 '세리효'가 앉아서 또 계속 재수없는 소리를 한다. 내가 출신성분을 물었더니 자긴 과테말라인이란다. 요코하마에 살면서 저 왕가슴 여자랑 사귀는 사이라고, 노르웨이에서도 좀 살다가 지금은 일본에 살고 있다고. 웃기는 건 나한테는 분명히 과테말라인이라 했는데 나중에 다른 여자들이랑 희희덕걸 땐 노르웨이인이라 하는 거다. 그러면서 무슨 노르웨이말 가르쳐 준다고 뭐라뭐라 하고. 괘테말라보단 노르웨이가 더 먹히나보지.

저녁을 먹고선 거실에 모여서 다이빙 로그북을 작성했다. 주인아저씨가 시원시원 얘기를 잘 해준다. 다이빙을 한지 30년이 넘었단다. 안그래도 베테랑 느낌이 팍팍 난다. 여기 민숙을 한 지도 오래 되어 보인다. 거실에 다이빙 사진이 잔뜩 붙어 있는데 사진에 찍혀 있는 날짜를 보니 대부분 90년대 사진이다. 만타에 로우닝아지, 이소마구로, 거기다 고래상어의 사진까지 있다. 쿠로시마에 고래상어도 있었구나, 쿠로시마에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니...지금도 있을까. 아마도 이 사진들을 한창 찍던 무렵이 여기 민숙도 그렇고 아저씨에게도 전성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그런 것 같다. 여기 민숙쿠로시마는 지금의 분위기도 좋지만 주인아저씨 나이도 있고 지금은 서서히 황혼에 접어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아쉬움이 밀려온다. 내가 여기에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올 수 있을지, 다음에 올 때까지 아저씨가 잘 있을지 괜히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밤이 되니 아저씨가 과자랑 아와모리를 내어 주며 마음껏 마시란다. 우리는 그걸 싸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술을 마셨다. 아까 산신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던 여자애는 혼자 이곳을 여행하면서 산신을 연습하는 중이라 했다. 도쿄 근처에서 온 요네카와라고 하는 친구는 내 나이 또래여서 특히 친해졌다. 걔는 한국에도 몇 번 놀러 온 적이 있다고 했는데, 청계천이 새단장된 뉴스를 보고 가보고 싶다느니 전에 갔을 때 길거리 난파를 해서 한국 아가씨랑 만났는데 지금은 연락이 끊어졌다느니 하는 얘기를 술술 풀어 놓았다. 한참을 이렇게 마시며 이야기하며 밤을 보냈다. 사실 우리들이 한 얘기라 해 봐야 여행자들끼리의 시시콜콜하고도 깊이없는 대화일 지도 모르지만 이런 여행에서는 그런 것이 또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쿠로시마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내일은 다이빙도 쉬고 여기에서 하루종일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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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좋게 정리된 오키나와 여행 관련 전체 게시물 목록 보기 => (Click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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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루티에 2007/08/22 11:39 # 답글

    물색깔이 진짜~~~~~이쁘네요
    저런곳 정말 가보고싶어요
  • 랭보 2007/08/22 23:18 # 답글

    그러게 말입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 호세 2007/08/25 00:19 # 삭제 답글

    가슴이 뜁니다..재작년, 작년 리조트 위주로 오끼나와에 다녀왔었는데 이미 마음의 고향이 되어버린것 같습니다..올해는 9월말쯤 미야코지마에 갈려고 합니다..오끼나와때문에 수영도 1년동안 배웠답니다..^^
  • 랭보 2007/08/25 23:01 # 답글

    정말 두어번만 가 보면 그렇게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 2007/08/30 12:1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랭보 2007/08/30 20:10 # 답글

    네, 어렵지 않죠.
    근데 제가 지금 출장중이라 바로 적어드리는데는 애로가 많아서, 갔다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2007/09/04 23:06 # 삭제 답글

    여기 소라하우스에요~~^^

    사람이 많네요...

    전 여자라서 그런지...잘 못어울리겠어요....ㅋ

    그래도 오늘 잼났답니다...

    랭보님 생각나서 들어왔어요...ㅋㅋ

    시장에서 사시미 사왔는데 어디서 어떻게 묵어야할지 몰겠네여...애덜이 넘 많아서 나눠 먹자고도 못하겠구...

    암튼 다행히 랭보님이 여행하셨던것 처럼 날씨 좋~습니다..

    부러우시져??ㅋ

    그럼 또 놀러올께요....^^
  • 랭보 2007/09/07 16:35 # 답글

    드디어 갔군요.
    몇달전부터 그렇게 준비를 잘 해서 갔으니 틀림없이 좋은 여행이 될 겁니다. 그곳은 날씨만 좋으면 일단 모든게 일사천리죠.

    여자가 무슨 상관입니까. 음... 여자끼리는 오히려 잘 못 어울리나요? 쭈님이 여자면 일단 남자에게 말을 걸어보는거지요. 아무래도 음양의 조화랄까 자연의 섭리랄까, 저의 경험상으로는 처음 접근(?)은 이성에게 하는게 반응도 좋고 어울리기 시작하는데에도 좋았습니다.

    저는 출장으로 베를린에 11일간 머물다 오늘 막 집에 돌아와 덧글을 남깁니다. 여행 잘 하시고, 갔다와서 저에게도 꼭 이런저런 얘기 해 주세요.
  • 푸르매 2007/09/11 12:24 # 삭제 답글

    랭보님은 일본어를 잘하시나봐요?

    저는 콩글리시로 오키나와 여행을 했는데...

    이번 여름휴가를 (7/28 ~ 8/4) 이시가키섬에서,

    하루하루 모든섬을 돌아봤습니다.

    첫날은 이시가키섬...다음날은 하테루마섬에서 1박도하고.

    요나구니섬은 교통도 불편하고 시간이 부족해서,

    쿠로시마섬을 여행했는데...

    제가 있는 일주일동안 날씨가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스킨스쿠버를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었지만, 언어가 안통해 포기했습니다.)

    스노쿨링으로 만족했지만 아직도 못잊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쿠로시마, 하테루마가 제일 좋았습니다.

    저도 랭보님처럼 싸이에다 올린 예정인데

    랭보님처럼 할 자신은 없고 예쁜 사진만 올릴생각입니다.

    만약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미야코 옆에있는

    시모지시마섬도 예쁘다고 하는데 가보고 싶습니다.

    랭보님도 시간이 되시면 한번 가보세요....

    그럼 담에 또 놀러올께요...=3=3=3=3
  • 2007/09/13 04:56 # 삭제 답글

    타다이마~~~~~^^

    랭보님~~~저 위의 글을 마치자마자... 소라하우스에서 정말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참 신기해요....^^ 다음날을 위해서 빨리 잠들어야하는데 너무 재밌어서 잠들기 싫었던 밤이였답니다..
    랭보님 글중에 다른일정 관두고 소라하우스에서 몇일 묵고 갈까했던부분....이해가 가더군요...^^

    전 오늘 아니 어제군요 12일에 도착했어요....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옷 후딱갈아입고 출근....지금 회사에요...

    옆의 선배 붙잡고 여행얘기 계속 했답니다...랭보님이 말씀하신 다이빙 샾의 멋찐 아찌(?)도 봤습니다. 완전 핸썸~~

    만타도 보고 바닷뱀도 보고 독들어있는 물고기도 보고...오도리도...산신도...카약도...정글도...무인도에서 캠프도 불꽃놀이도 했어요~

    섬사람집에서 사탕수수도 먹고 아와모리도 마시고 아이들과 게임도 하고...

    넘넘 좋았습니다...마구 자랑하고 싶어요~~ㅎㅎ

    랭보님 덕분에 좋은곳 많이 둘러보고 왔습니다.

    시간이 되면 저도 사진을 올려보려고 하는데...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 와서 구경하며 여행얘기 또 나눠요...^^

    그전에도 아마 전 종종 이곳을 들어올거에요...아직 랭보님의 다음 이야기가 남아있으니....ㅋㅋ

    출장~~부럽네요...전 사무실 콕~!
  • 랭보 2007/09/13 23:24 # 답글

    예비군 동원훈련 2박3일 갔다가 이제 돌아오니 반가운 덧글이 있네요.

    푸르매//
    제대로 된 한여름의 휴가였겠네요.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후끈한 공기가 상상이 됩니다. 전 하테루마는 올해에도 역시 가지 못하고 왔는데 얼마나 푸른 바다가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다음에 또 들르세요. 자칭 오키나와 낙도 홍보요원으로서 여러 사람이랑 교류하고 싶습니다. ㅎㅎ

    쭈//
    얘기만 조금 들은 걸로도 얼마나 좋았을지 조금은 상상이 됩니다. 거보세요. 그곳 여행지의 사람들이랑은 금방 어울릴 수 있게 된다니까요. 그나저나 너무 부럽군요. 여름이면 거의 매일 볼 수 있다던 만타인데, 제가 간 날은 나오지 않아서 못 보고 왔습니다. 올해만 날이 아니니 내년에는 볼 수 있겠죠. 다이빙샵의 꽃미남 정말 잘생겼죠? 아찌라고 할 나이는 아닌 것 같았는데...
    저한테 마구 자랑하십쇼. 시간 좀 내서 여행 얘기 나눕시다. 아마 다음 이야기가 남아있는 건 저만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한번 갔다온 것은 이제 시작이 될 뿐일 정도로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에 말입니다.
  • 졀나이뻐^^ 2007/09/14 00:58 # 삭제 답글

    랭보님 즐거운 여행기와 소중한 정보 정말 감사하게 잘봤습니다.(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본 느낌....^^ )랭보님처럼 열심히 철저히 준비해서 가야 하는데, 제가 랭보님 덕분에 넘 날루 먹는거 아닌지 지송하구요^^ 낙도 다이빙 꼭 하구 싶은데 장비 대여는 가능한지??? 별루 긴 일정이 아니라서 장비무게의 압박과, 땡볕더위까지 ㅠ.ㅠ 심히 고민중입니다....
  • 2007/09/14 02:49 # 삭제 답글

    장비 대여 가능요....제가 한곳은 풀셋 3,000엔 이었습니다. 디카(하우징)도 대여가능합니다. 온김에 제가 대신 답변하고 갑니다..ㅋ^^
  • 랭보 2007/09/14 11:42 # 답글

    쭈님 저를 대신해 빠른 답변 고맙습니다. ^^
    장비는 어느 다이빙샵이든 수트까지 전부 대여 되고, 신청할때 얘기하면 됩니다. 그러면 옷 속에 개인 수영복만 입고 가면 될 걸요.
  • 졀나이뻐^^ 2007/09/14 17:11 # 삭제 답글

    감사 감사^^
  • 2007/09/20 16:3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랭보 2007/09/20 23:53 # 답글

    설웅이? 정말 이런데서 다 만나는구나.ㅎㅎ
    바이크는 타는지 어찌 사는지 궁금하다. 여기는 내 개인 블로그이자 국내 최대 오키나와 낙도 블로그란다. ㅡ.ㅡ 오키나와 놀러가려나보네. 너도 추석 잘 보내.
  • 서룽 2007/09/24 09:19 # 삭제 답글

    이거 뭐 비공개로 써놓으니 제글도 확인이 안되네요;; 저는 잘 지내고 있죠 ㅋㅎㅎ 머나먼 제주도에서 ㅠㅠ
    daum에 다니고 있어요;; 엉뚱하게 들리시겠지만요 ㅎㅎ
    저도 머.. 바이크는 거의 손놓고 살고 있죠. 철드니 이제 지르기 인생은 부담스러워서 말이죠. 사실 제주 내려온게.. 스쿠버스쿠버이러면서 내려왔는데 한번도 못했네요 ^^;;
    추석잘 보내시구요~ 저 어제 하루종일 운짱했더니 허리가 욱씬..ㅠㅠ
  • 맹맹 2011/07/21 19:06 # 삭제 답글

    랭보님
    벌써 이 집 드나든지도 어언 몇년이나 흘렀네요
    다시봐도 재미있어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오키나와에 가요
    저는 다이빙은 할 줄 몰라서 오키나와 바다를 만끽하고 오지는
    못하겠지만 낙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게 꿈만같아요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도 더운 건 좀 못참는 편인데..
    10월에 갈 예정인데 에어컨 필요할까요??
  • 랭보 2011/07/22 03:49 #

    글쎄요.. 저는 10월에 가본 적은 없어서 확답은 못 드리지만, 10월의 기온은 5월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6,7,8,9월은 정말 한여름처럼 아주 덥고, 5월이나 10월은 보통으로 더울 것 같네요. ㅎㅎ

    참고로 10월의 평균기온은 29도 정도, 평균수온은 28도 정도입니다.
  • 맹맹 2011/07/26 00:17 # 삭제 답글

    답변 감사합니다^-^
    랭보님이 의도하신대로, 이 블로그는 야에야마 제도에 막연한 로망을 간직해 온 저같은 사람에게 너무나 보물같은 존재예요.
    많지 않은 그 곳의 정보를 이렇게나 세세하게 나누어주시니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 랭보 2011/07/30 00:52 #

    7일간 갔다가 오늘 돌아왔는데요(이리오모테섬),

    다이빙때문에 부득이하게 다이빙샵과 같이 있는 숙소에서 묵게 되었는데(http://www.unarizaki.com/ilmare/), 시설은 괜찮지만 식사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에게는 시설은 좀 후져도 밥이 맛있는 우에하라관이 최고네요. 이곳의 식사가 얼마나 훌륭한 레벨이었는지 매년 가다보니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정말 이 가격에 이만한 곳은 없을 거라는 걸 새삼 깨닿고 옵니다.
  • 윤성환 2011/08/01 11:20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어찌하다 보니 랭보님의 글을 보게 되니 그냥 반가워서 ^&^...이시가끼섬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저도 다이빙이 좋아 이곳섬에서 산지가 5년정도 흘렀네요...너무나 자세한 내용과 좋은 소식을 접하니 마음은 훈훈해지내요....현재 기온이 32도 정도 되네요 ...정말 무덥읍니다. 야에야마 메니아가 계신걸 이제야 알았네여,,,,좋은 하루지내시길 바랍니다.
  • 랭보 2011/08/02 11:26 #

    윤성환님 안녕하세요. 혹시 코리아하우스 음식점 하셨던 분 아니신가요? 이시가키에 한국분들도 다소 살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카비라 근처에서 민숙을 경영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쩌다보니 야에야마에 정이 들어 매년 여름 가고 있네요.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윤성환 2011/08/03 13:27 # 삭제 답글

    네 ...그전에 식당을 운영한 사람맞읍니다.역시 이시가끼섬의 모든걸 알고 계신분같아 은근히 겁이나네요^&^,,,이섬에 한국인이 아마 다섯분 정도 계시는 걸로 알고 있읍니다.
    카비라 에서민박을 하시는분 ,시내에서 꽃가게 ,그리고 나..저멀리 북쪽으로 멋쟁이 누님 한분정도 뭐 알콩달콩 살고 있네요...이제는 9호 태풍에 귀기울이고 있읍니다. 무더운 여름 잘지내시길...
  • 랭보 2011/08/03 21:28 #

    아 맞군요. 반갑습니다. 예전에 이시가키섬 검색을 하다가 윤성환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어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식당 개업 준비를 혼자서 뚝딱뚝딱 만드시는 내용을 올려서 대단하다 생각하며 봤네요.
    코리아하우스는 저는 차타고 지나가면서 한 번 봤는데, 제가 이용하던 다이빙샵 가이드가 자긴 가끔 가서 냉면 먹었는데 맛있다고 얘기한 기억이 납니다. 그게 2008년 쯤인데...어느새 그만 두셨더라고요.
    지난주에 이리오모테섬에서 일주일 다이빙을 하고 왔는데 날씨도 좋아서 여기저기 좋은 포인트에 갈 수 있었습니다. 태풍 9호가 오키나와 옆을 지나갈 것 같은데 무탈하시기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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