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오키나와 낙도 기행 6 오키나와 여행

2007.07.01 (일)

쿠로시마에서 첫 배를 타고 아침 일찍 이시가키로 돌아왔다.
이제 여기서 이틀 밤을 자고 돌아간다 생각하니 서운한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오늘도 다시 아침부터 종일 다이빙을 하기로 해서 얼른 보트에 올랐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열심히 잠수를 했다.
저기 사진의 저 언니는 무서운 언니. 다이빙샵 주인 아저씨 빼고는 제일 짬밥이 높은 것 같은데 너무 군기를 잡아서 나같은 손님까지 주눅이 든다. 윤기있는 구릿빛 피부가 정말 멋진 사람인데 무서운 언니답게(?) 그렇게 예쁘게 생긴 얼굴은 아니다.

다이빙 관련 내용과 사진은 별도의 게시물로 올렸으니 다음 링크를 보시고~

이 날의 다이빙 보기 => ( 오키나와 낙도 다이빙 4 )

다이빙을 마치고 가게로 돌아와 로그북 작성을 하고 나니 거의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여기 이시가키에 축제가 있는 날이다. 쿠로시마에서부터 정보를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오리온 비어 페스타'라고 해서 오리온비어가 후원하는 축제가 시역소 앞 공원에서 열린다고 한다. 가수들이 와서 공연도 하고 야시장 같은 분위기로 먹을것도 많고 당연히 오리온 맥주도 있고. 얼마 안 되는 돈을 내고 들어가면 맥주와 음식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단다.

그래서 있다가 저녁에 거기에나 슬금슬금 가 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이빙 가게에서 자기네들은 그 시간에 선상파티(?)를 할 예정이니 생각 있으면 오란다. 축제 막판에 불꽃놀이를 하는데 시시하게 멀리 떨어진 육지에서 보면 재미 없으니 배를 타고 불꽃을 쏘는 바로 아래로 갈 꺼라는 설명이다. 다들 간다는 분위기여서 나도 엉겁결에 참석한다고 해 버렸다. 사실 축제 장소에 가서 이쪽 젊은 애들 노는거나 실컷 구경하고 오고 싶었는데... 뭐 할 수 없다.

일단 해산하여 간단히 각자 밥을 해결하고 저녁에 보트로 모이기로 했다.
나도 숙소로 돌아가 체크인을 했다. 이제 여행의 막판이기도 하고 이시가키같은 도회지로 나왔으니 욕조에서 목욕도 하고 좀 편하게 쉬자는 생각에 호텔로 잡아 놓았다.


혼자 가는 여행에서 호텔이라고 잡아봐야 뭐 이정도이다.

그래도 여기는 가격에 비해 시설이 꽤 좋은 곳이다. 호텔이라기 보다는 특이하게 복도식 아파트 같은 구조에다가 원룸같은 분위기였는데, 저렇게 방에 세탁기랑 전자렌지가 있고 창쪽에는 베란다가 있어서 편리하다. TV도 크기는 작지만 LCD이고. 세탁기에는 건조기능도 달려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의식주를 다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니 상당히 메리트가 있다고 할까. 물론 무드는 전혀 없다.

창밖으로는 항구가 보이고 전망도 좋은 편이다.

일단 숙소를 잡고 보니 빈둥대는 천성은 어디 가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 TV 리모콘이나 만지작거리며 한두 시간을 그냥 보냈다. 밥도 먹고 이것저것 할 일도 있는데 이놈의 미적거리는 성질은 여행을 와서도 그대로다.

채비를 하고 숙소를 나와서 먼저 교통 수단을 해결하기로 했다. 자동차를 렌탈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역시 스쿠터를 빌리기로 했는데, 멀리 갈 때에는 조금 불리하지만 혼자서 시내 여기저기를 누비기에는 스쿠터만한 게 없다. 길을 잘 몰라 지나치더라도 바로 돌리기도 쉽고 어디 가게에 잠깐 들를 때 주차하기에도 편하다. 단, 작년에 왔을 때 50cc짜리를 빌렸더니 60km/h 속도 제한이 걸려 있어 외곽쪽 장거리를 가는데 좀 애로가 많았던 아픈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아예 100cc로 빌렸다. 이제 거칠 것이 없다.

대충 저녁을 때우려고 들어간 A&W.

말 그대로 적당히 끼니를 때우려 들어간거라 메뉴가 뭐가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윈도우에 신제품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던 햄버거 세트를 시켰다. A&W는 지금은 오키나와쪽에만 살아남아 있는 햄버거 체인인데 먹을만 한 것 같다.

음료수 중에 루트비어가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데 좀 있다가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속 뒤집는 음식을 삼가기 위해 그냥 콜라로 마셨다.

어둑어둑해져 보트로 가니 아까 함께 다이빙 했던 사람들도 있고 꽤 많은 사람이 모였다. 그 다이빙샵의 꽃미남 Ryo도 있어서 내심 가슴이 뛰었는데 조금 있다가 자기는 약속이 있어 실례한다고 하며 가버렸다. 아마도 여자애들이랑 축제에 가려는 거겠지.


보트에 올라 맥주나 마시면서 빈둥대다가 깜깜해지자 슬슬 출항했다.

낮에 같이 다이빙했던 이리오모테 국립공원의 관리인 '히라사와'씨와 이름을 모르는 여자애 둘이랑 얘기 하면서 선상파티(?)를 즐겼다. 우리 보트처럼 이 오밤중에 나온 보트가 몇 척 더 있는데, 서로 잘 아는 사이인지 나란히 서서 히히덕거리기도 하고 나잡아봐라 하며 스피드 경주를 하기도 한다.


이름 모를 개 한마리도 함께 즐겨 주셨다.


이렇게 깜깜한 밤에 보트 갑판 위에 대충 기대고 앉아 술이나 마시고 있으니 순간이나마 내 팔자도 좋아 보이는 느낌이다. 보트의 엔진을 끄고 머리 위로 불꽃이 날아와 터지기를 기다린다.

불꽃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갑판 바닥에 대짜로 누워서 멍하니 공중을 바라보았다. 이름도 모르는 색깔을 내며 터지는 불꽃들이 한번에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눈앞이 온통 반짝거릴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었다.

축제에 가서 젊은 애들은 못 봤지만 이것도 이 나름대로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항구로 돌아와 보트에서 내렸다. 혹시나 해서 축제가 열리는 공원 쪽으로 가 보았는데, 이미 막판 불꽃놀이쇼도 끝난 마당이라 축제도 해산 분위기였다.

아쉬운 마음에 스쿠터를 타고 시내 거리를 쏘다녔다. 오늘부터 숙소에는 나 혼자뿐이라 일찍 들어갈 이유도 딱히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제까지는 매일 밤이 즐거운 음주의 시간이었지만 오늘부터 이틀간은 쬐끔 외로운 밤이 될 예정이다. 그래도 음주를 빠뜨릴 순 없어 적당히 몇 병 사 가지고 방으로 돌아왔다.

전자렌지와 냉장고, 세탁기의 모습.
나같이 무드는 없고 실용주의로만 가득 차 있는 사람에게 이 호텔은 참 기특한 숙소였다. 전자렌지 위에는 일본에서 여행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는 동전들이 보인다.

TV가 채널이 꽤 여러개 나오길래 이리저리 돌리며 보는데 저런게 나오더라.
한국의 짝퉁 과자에 대해서 추적했다면서 방송을 하는데, 뭐 개가 소를 베끼고 소가 개를 베끼는 지금 세상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쓴 웃음이 나오는 건 사실이었다.

이시가키에서의 하루가 갔다.
모레 아침에 이곳을 떠난다. 내일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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