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카레 └ 먹는 것

카레는 회사식당에서도 자주 나오는 메뉴라 심심하면 먹는다. 그럼에도 굳이 집에 있을 때마저 카레를 만드는 이유는 내가 하는 게 훨씬 맛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나는 냉면을 정말 좋아해서 지내다 보면 냉면이 먹고 싶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지금 사는 곳이 냉면집이라고는 찾아 볼래야 찾기 힘든 수원이다보니 그 욕구를 좀처럼 해소하지 못하고 그냥 불만인 상태로 쭈욱 지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회식이라도 해서 고기집 후식으로 나오는 냉면같은 걸 먹고 나면 그 갈증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냉면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냉면에 대한 욕구는 냉면을 먹어야 해결되는 것이고, 그것은 카레도 마찬가지다.

그럼 회사식당 카레나 고기집 냉면은 그 이름을 붙이기에도 모자라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따져 묻는다면, 사실 속으로는 진심으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얘기하는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는 건 아니다. 뭔가 거창하게 얘기를 꺼낸 것 같은데 나는 단지 소박한 주장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남이 내 등을 긁어 주면 편하긴 하지만 가려운데를 콕 집어 주는 맛이 떨어지니, 내가 손이 닿는 곳이라면 직접 긁는게 낫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먹고 싶은 라이스카레를 만들어 먹었다.


라이스카레 재료 (4회분) :
하우스 자바카레 ½개(110g), 당근 ⅔개(큰것), 양파 1½개(큰것), 감자 1개(중간것), 소고기 200g, 식용유 ½큰술, 후추 ½작은술, 물 850mL, 그리고 밥



위에서 제시한 재료의 양과 아래에 적은 만드는 법을 지키며 조리하면, 적어도 실패하지 않은 보통의 라이스카레가 결과로 나오게 된다. 그 이상의 것을 위해서는 경험과 손맛, 그리고 무심한 마음이 필요하다. 집에서 보통 먹는 음식을 요리할 때는 대충 적당히 느슨한 마음으로 건성건성 만드는 것이 가장 맛있게 잘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아는 사람들은 아는 불문율이다.

카레를 만드는데 무슨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포장상자 뒷면의 설명을 보고 그대로 하면 된다. 거기에 그동안 카레를 만들면서 경험적으로 알게 된 세세한 노하우를 추가하는 정도로 적어 보려 한다.


일단 카레는 일본 하우스식품에서 나온 자바카레 매운맛을 사용한다. 시중에 찾아보면 이것보다 훨씬 더 기똥찬 맛을 내는 카레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할인마트 등에서 평범하게 구할 수 있는 것들 중에는 내가 머리속에 그리고 있는 라이스카레 맛의 기준에 맞는 것 같다.

자바라고 해서 무슨 두드러지는 특이한 맛이 나는 정도는 아니고, 다만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카레 이름이 버몬트카레라는 걸 감안하면 그 버몬트스러운 달작지근한 맛이 덜하고, 자바라는 이름에 현혹되어 무언가 코코넛이나 견과류의 풍미가 느껴지는 듯하달까. 먹다 보면 '여기에 코코넛 밀크를 좀 넣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이 드는 그런 맛이 난다.

일본 카레가 다 그렇듯이 딱딱한 고형 상태의 카레인데 둘로 나누어 포장되어 있다. 웃기는 건 총 9인분이라고 써 놓고서 둘로 나누어 포장하면 하나는 4.5인분이라는 애매한 양이 되어 버리는데 거기다 또 이렇게 조각은 여섯 조각으로 잘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점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건 한 조각에 일인분 이렇게 딱 떨어지게 해 놓아야 생각없이 막 쓰기에 좋은데 좀 그렇다.

아무튼 이 반 상자 분량으로 4접시분의 카레를 만들 예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기준으로는 4인분이라기엔 좀 모자르다. 나는 집에 항상 먹을 것이 좀 부족한 상태인 자취생이고 카레를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먹기 때문이다. 일반인 분량으로는 충분히 4인분을 내고도 남는다.

야채는 음식을 만드려고 할 때마다 그때그때 집앞 할인마트에서 사 온다. 할인마트라고 하지만 야채 가격은 시장과 비교하면 훨씬 비싸다. 사기 당하는 기분이지만 시장은 좀 멀어서 그냥 이렇게 산다.

카레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 삼인방인 양파, 당근, 감자이다. 삼인방이라고는 했지만 여기에서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재료는 양파이다. 카레에 다른 거는 아무것도 없어서 못 넣을 지경일 때에도 양파는 꼭 집을 팔아서라도 사다 넣어야 된다. 일단 지금 하는 양이라면 양파 대짜 기준으로 1.5개는 기본으로 넣어야 하는데 집에 마침 있던 양파가 크기가 좀 작은 중짜라서 두 개를 넣는다.

감자의 경우, 나는 카레에 감자를 넣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중간 크기로 한 개 정도만 넣는다. 감자는 그 자체로도 별 맛이 없고 음식에 맛을 내는 재료도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난 감자의 푸석푸석한 식감이 라이스카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구색은 갖추기 위해 조금 넣는데 빼 버려도 상관 없다.

당근은 큰 것을 사서 전체의 윗부분 ⅔만큼만 사용한다. 중간 크기로 한 개를 쓰면 양은 비슷하겠지만 효과는 좀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아래에 재료를 써는 부분에서 설명하겠다.

나는 생당근은 그 특유의 향때문에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데 익힌 당근은 아주 좋아한다. 당근은 익히면 그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익히더라도 흐물대거나 물러 터지지 않고 그렇다고 부스러지거나 푸석하지도 않은, 적당한 강도를 유지해 설겅설겅 씹히는 느낌이 라이스카레에 아주 잘 어울린다. 강한 향도 날것일 때보다 많이 누그러든다.

위 기본 재료에 고기가 추가된다.
사실 카레에 고기는 크게 중요한 재료가 아니다. 고기는 그저 있으면 넣고 없으면 마는 재료이다. 실제로 단독으로 먹을 때에는 항상 최고이며 진리인 고기라는 식재가, 카레에 들어가면 그 카리스마와 존재감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요리 전체에 주도적인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그냥 라이스카레라는 요리에 좀 부족한 단백질 공급원 정도랄까.

그래서 일반적으로 카레에는 소, 돼지, 닭을 가리지 않고 아무 고기든 있는거 넣는다. 난 그래도 그 중에서 소고기를 넣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것은 돼지나 닭에 비해 소고기가 씹는맛이 좋기 때문이다. 닭가슴살이나 닭안심은 너무 퍽퍽하다. 돼지고기는 너무 딱딱하다. 그렇다고 삼겹살이나 앞다리살 같은 고급 부위는 기름이 너무 많이 붙어있어 실제로 카레에 넣어 먹어보면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소고기도 꽃등심처럼 지방이 많은 부위보다는 양지나 사태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오늘은 적당히 호주산 척아이롤 부위가 싸서 그걸 사다 넣기로 했다. 구워 먹는 용도로 얇게 썰어져 있는 것이 불만이지만 가격이 싸서 그냥 샀다. 덩어리로 파는 양지나 사태가 있었는데 한우라 비싸서 관뒀다. 솔직히 카레에 한우를 넣기엔 돈이 아깝다.

재료들을 다 썰어 놓는다.

여기서 핵심은 무조건 가능한만큼 크게 써는 것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크기가 다르겠지만 내 기준엔 그렇다는 거다. 어느 정도의 크기냐 하면, 깍둑 썰기를 하는데 모든 조각이 전부 바깥쪽 껍질 부분을 한 면으로 가질 수 있는 크기랄까. 그러니까 깍둑썰기를 해도 내부에 네모난 조각이 생기지 않는 정도를 말한다.

당근의 경우에는 큰 것을 골라서 위의 ⅔부분만 쓴다. 중간 크기로 한 개를 쓰지 않는 이유는 아래쪽 ⅓부분이 카레 재료로 넣기에 너무 가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꽁지 쪽을 그냥 통째로 원기둥 모양으로 넣으면 크기는 맞아도 다른 조각과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밸런스라는 건 모양도 그렇지만 다른 조각과 비교해서 껍질 쪽을 면으로 하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같이 넣을 경우 익힘의 정도가 다르고 씹는 느낌이 다르다는 의미이다.

양파는 실체를 남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필히 크게 썰어야 한다. 카레를 대량으로 만들고 한번 두번 먹으면서 끓이다 보면 양파는 어느새 흐물흐물 녹아서 카레 국물에 흡수되어 버린다. 그것이 바로 카레에 있어서 양파의 숙명이자 역할이기 때문이니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건더기로서의 양파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게-2배 이상- 썰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기 역시 가능한 큼직하게 썬다. 오늘 고른 고기는 구이용으로 두께가 얇게 잘려 있어서 크게 써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비계는 가능한 발라내고 살코기 위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재료 준비가 끝났으면 냄비에 식용유를 조금 두르고 가열한다. 소기름이 몸에는 안좋지만 난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건져볼까 하는 마음으로 야채를 넣기 전에 비계를 넣고 좀 볶다가 꺼냈다. 그래 봐야 뭔 영향이 있겠냐마는...

일단 고기와 딱딱한 야채를 넣고 볶는다.

보통 이런거 볶을 때 딱딱하고 잘 안 익는 것부터 넣는 것이 정석이지만, 고기를 먼저 넣든 감자를 먼저 넣든 당근을 일등으로 넣든 사실 크게 상관 없다. 카레가 애초에 볶아서 다 익히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양파만 빼고 그냥 다 같이 넣어도 무방하다. 단, 양파는 나중에 넣는 게 좋다. 양파는 숨이 금방 죽고 익기 시작하기 때문에 같이 넣었다가는 다른 재료는 숨도 안 죽었는데 양파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고기가 핏물이 가시고 당근의 숨이 살짝 죽은 듯하면 추가로 양파를 넣고 볶는다. 양파를 넣으면 금방 물이 많이 생겨 재료를 볶는데 한층 여유가 있어 진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간은 하지 않는다. 괜히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그랬다간 나중에 카레 덩어리 넣고 만들고 나서 먹어 보면 짜다. 저 카레 덩어리 제품은 간까지 요리 분량을 감안해 다 맞추어서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 요리 구간 중에 소금간은 일절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 뿌리고 볶으면 허전해서 못 견디겠다는 사람은 이 시점에서 후추를 약간 넣고 볶아 준다. 처음 재료 목록에 있는 후추는 이런 용도이다.

이 정도 상태라면 충분히 볶은 것이다. 드라이카레 요리를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더이상 볶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불을 끄지는 말고 이 상태에서 신속히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물 850mL를 붓는다.
설명서 상에는 650mL이지만 나는 묽은 카레가 좋기 때문에 물을 더 넣고 끓인다.

처음 물을 부을 때 치익 하는 나는 소리를 들으면 '아, 지금 내가 요리를 하고 있구나'하는 감회에 젖기도 하고 어쩐지 기분이 좋아 진다. 그리고 그 소리는 이제 급하게 서두르는 과정은 다 끝났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신속하게 할 수록 좋았겠지만 이후는 진득하니 지켜보는 미덕이 필요한 느림의 과정이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컴퓨터를 좀 하거나 TV를 보거나 해도 좋다.

뚜껑을 닫고 중간 불로 재료가 푹 익을 때까지 끓인다.

중간 불이라는 걸 지켜줄 필요는 있다. 쓸데 없이 센 불로 끓여봐야 물의 증발만 빨라져서 애써 맞춘 물의 양이 무의미하게 된다. 처음 물이 끓을 때까지만 불을 키우고, 일단 물이 끓으면 불을 작게 줄이는 게 좋다.

밥은 우주식으로도 선정된 오뚜기밥이다.

마트에 가니 우주인 무사귀환 기념으로 오뚜기밥을 한 개에 500원에 파는 행사를 하고 있어서 잔뜩 사가지고 왔다. 예전에는 쌀로 밥을 지어 먹었지만 요즘엔 그냥 즉석 밥을 먹는다. 혼자 살기 때문에 그때그때 봉지로 쌀을 팔아다 먹지 않는 한, 쌀을 너무 오래 묵히게 되어 나중에는 밥맛이 떨어져서 좋지 않다. 차라리 그런 걸 감안하면 즉석밥이 훨씬 낫다는 생각에 이젠 이런 밥만 먹고 있다.

당근과 감자가 속까지 푹 익도록 충분히 끓였으면 잠시 불을 끄고 카레 덩어리를 넣을 준비를 한다.

당근이나 감자가 씹으면 이가 쑥쑥 들어가도록 완전히 익히는 게 좋다. 경험이 생기면 대충 보는 걸로도 짐작 할 수 있게 되고, 그게 아니라면 한 덩어리 꺼내어 먹어 보고 확인한다. 야채와 고기를 넣고 푹 끓인 것이라 냄새는 아주 근사하지만, 간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먹어 보면 맛은 그냥 그렇다.

일단 불을 끄고 카레 덩어리를 통째로 넣는다.

어떤 사람은 조각을 쪼개어 넣거나 심지어는 덩어리를 칼로 잘게 썰어 넣기도 하는데, 딱 잘라 말해서 다 쓸데 없는 짓이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애초에 통째로 넣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리라 본다. 고형의 카레 덩어리를 넣고 대충 휘휘 저어 주면 금세 다 풀어진다. 오히려 분말로 되어 있는 카레가 덩어리지며 잘 안 풀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고형 카레 덩어리는 분말보다 훨씬 더 잘 풀어지니 걱정 할 필요가 없다.

슥슥 풀어주면 금방 이렇게 다 풀린다.

카레 덩어리를 다 풀었으면 다시 불을 켜고 약한 불로 어느 정도 더 끓여 준다. 일단 카레가 다시 끓기 시작한 때부터 그 이후 불을 끄고 완성될 때까지의 시간은 요리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눈으로 보고 국물이 원하는 점도가 되었고 재료에 충분히 카레국물이 밴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 시점에서 카레는 완성이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로 주의 할 점은, 국물의 점도는 식으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당장은 묽은 것 같아도 불을 끄고 실제로 먹을 때가 되면 점도가 충분해지기 때문에, 아주 맹물처럼 묽은 점도만 아니라면 걱정하지 말고 불을 꺼도 된다.

또 하나는 무작정 오래 끓이거나 불을 높이거나 한다고 국물이 재료에 잘 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경험상으로는, 끓이는 도중에 불을 끄고 잠시 식히고 쉬는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불을 켜서 끓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국물간이 재료에 잘 스며들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제 라이스카레 만드는 과정도 거의 파국을 향해 달리고 있다.

밥을 준비해서 접시에 담는다. 접시는 가급적 클수록 좋고, 라면 그릇같이 움푹한 것을 쓰면 안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카레와 밥을 분리하여 담을 수 있도록 밥을 한쪽 편으로 좀 몰아서 얇게 담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렇게 하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접시가 아닌 그릇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는, 그릇에 담으면 밥과 카레를 분리해 담는 것이 어려워서 담자마자 밥 전부가 카레에 잠기는 상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카레와 밥을 처음부터 전부 섞으면 안 된다. 처음엔 괜찮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밥알이 카레 국물을 흡수하여 안 좋은 상태가 된다. 충분해 보였던 국물은 다 어디로 가 버리고 찐득찐득 뻑뻑하게 비벼진 밥덩어리가 되어 먹을 때 식감이 굉장히 좋지 않아진다. 또한 밥알에 카레가 스며들어 시간이 지나면 꼬들꼬들함이 사라지고 밥알 자체가 푸석푸석하고 부스러지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도 나쁜 식감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가급적 카레와 밥을 한번에 다 섞지 말고, 먹는 순간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접시에 밥과 카레를 한 쪽으로 각각 조금씩 치우치게 담아서 중간에 겹쳐진 부분부터 먹으면 자연스럽게 그런 식으로 끝까지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담는 것이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시각적인 면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 먹는 맛에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완성된 카레를 접시에 담는다.

이번 카레는 보통 때보다 물의 양이 적었는지 점도가 높아져 버렸다. 사진보다 조금만 더 묽은 정도면 좋을 것이다. 그냥 무심히 만들어 먹었으면 잘 되었을 텐데 사진 찍는다 뭐한다 설치니까 결과가 덜 좋은 걸까.

남은 카레는 한번 끓을 때까지 가열한 후에 식혀서 냄비째로 냉장고에 넣는다. 이렇게 보관을 하면 일주일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고 맛은 오히려 더 좋아진다. 사실 카레는 바로 만들었을 때보다 이렇게 만들고 나서 보관을 한 후 1~2일 후에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웃을지 모르겠지만 카레도 숙성이 된다.

상으로 가져와서 마구 먹는다.

사진에 보이는 카레의 양은 접시에 있는 밥을 반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카레가 부족하면 밥을 반쯤 먹고서 카레를 더 부어 먹는다. 사실 사진을 찍기 위해 좀 이쁘게 담느라 그랬는데, 평소에는 밥과 카레를 접시 가장자리까지 꽉 차도록 밀어놓는 형태로 가득 담는다.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먹어 보니 역시 맛있다. 사실 라이스카레는 따로 반찬이 필요가 없다. 먹어 보면 굳이 반찬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퍼 먹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든 간에 적어도 짠지 한 종지라도 앞에 있어야 젓가락이 허전하지 않다 느끼는 것은, 내 생각에는 그저 식생활 습관으로 인한 조건반사가 아닌가 한다. 뭔가 주식-밥이나 면 같은 음식-을 입에 넣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 앞의 반찬 그릇에 젓가락이 가는 그런 반응 말이다.

잘 먹었습니다.



라이스카레 - (끝)

덧글

  • 똥사내 2008/04/21 02:40 # 답글

    하우스 카레 맛있어요
  • sujuku 2008/04/21 15:38 # 삭제 답글

    엇- 저도 어제 그 카레..저는 1번맛으로 했더니.. 평소 카레가 좀 매운 것 같다던 남친도 너무 순하다고 하네요.. 다음엔 2번을 사볼까봐요. ^^ 5번은 많이 매운 걸까요?? ^^
  • 랭보 2008/04/21 23:13 # 답글

    맛있어요~

    5번은 매운 맛이 겨우 느껴질만큼입니다.
  • pygmalion 2008/04/22 00:28 # 답글

    이시가키 섬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들어왔는데 카레가 맛있어 보이네요^^; 집에서 만들 때는 무심코 재료를 손톱만큼 작게 잘라서 만들곤 하는데, 저렇게 큼지막하게 썰면 씹는 맛이 꽤 있겠는데요?
  • 랭보 2008/04/22 09:47 # 답글

    그렇습니다. 잇몸약 선전은 아니지만...... 씹어야 맛이죠.
    자료가.... 뭐 볼만한 게 없습니다. 건질만한게 있었으면 좋겠네요.
  • 딸기뿡이 2008/05/17 20:53 # 삭제 답글

    놀러왔어요. 다른 이의 요리의 전과정이 올라와있는 포스팅을 보면서 마치 내가 맛있게 먹은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요? 마지막 사진 최고예요! :D
  • 랭보 2008/05/19 02:06 # 답글

    마지막 사진은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자취인의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ㅡ.ㅡ;;
    반갑습니다~
  • 리씨 2008/08/20 20:35 # 답글

    잡 보고갑니다~ 글을 굉장히 재미있게 쓰시네요ㅎㅎ
    레시피도 간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 김지인 2011/10/04 18:29 # 삭제 답글

    글을굉장히 잘쓰시네요

    마트에서장보다가 도움받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랭보 2011/10/11 15:11 #

    지인님이 쓴 덧글 때문에 오랜만에 이 글을 읽고 나니 카레가 너무 먹고 싶네요. 자기가 적은 글을 읽고 침이 고이다니 저는 글을 잘 쓰는 게 맞나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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