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름대로는 식도락을 즐기며 먹는 데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인간이다. 그래서 엥겔 계수도 매우 높다. 용돈의 대부분은 입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 같다. 맛있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나만의 기준도 확실하게 갖고 있다. 근데 새로 '먹는 이야기'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처음 쓰는 글이 전투식량에 관한 이야기라서 좀 우울하다. 좀 더 우아한 소재로 시작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다. 이것도 다 음식에 대한 나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사건이니 그냥 묵묵히 견뎌야 한다.
아무튼,
전투식량이 도착했다.
미군 전투식량, 일명 MRE라고 부르는 물건이다.
MRE는 Meal Ready-to-Eat의 약자인데, 말 그대로 배 고프면 바로 뜯어서 먹으라는 얘기다. 총 24가지의 메뉴가 있어서 12개씩 묶어 상자에 담아 A형, B형으로 구분한다.
이번에 MRE에 대해서 완전히 뽕빨을 내보려고 A, B 각각 한 박스씩 全24개의 메뉴를 싸그리 구입했다. 그러고선 조금 후회했다.
어렸을 때 친척이 갖다 준 미군 전투식량을 먹은 기억이 있다.
카키색 깡통으로 만든 통조림 형태였는데, 깡통따개로 통조림을 따니 복숭아나 파인애플이 아니고 비스킷이나 빵 같은게 나와서 어린 마음에 신기해했었다.
지금 와서 알아보니 그건 MRE 이전의 전투식량인 C-Ration이라는 물건이라고 한다.
지금은 비닐 비슷한 포장에 들어 있어서 열심히 깡통을 따던 옛날의 그런 낭만은 좀 없다.
이렇게 한 끼 메뉴씩 포장되어 12개가 들어 있다.
앞으로 나의 히키코모리 생활을 지탱해줄 보급품이다.
밤에 배고플 때나 일요일날 밖에 나가기 귀찮을 때 하나씩 뜯어 먹을 건데, 여기에다 차례로 시식 소감문 비슷하게 써볼 작정이다.
나처럼 전투식량이 뭔지 궁금해서 덥썩 지르려는 사람에게 일말의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런 걸 먹고 살 생각을 하니 좀 우울하기도 하다.
의지할 곳 없는 황량한 도시 한 복판에 홀로 버려져, 생존을 위해 밤에 혼자서 전투식량을 까먹고 있는 나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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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1 오전에 추가)
젠장, 갑자기 이게 이오공감인지 뭔지에 올라가 있으니 황당하네요. 시식 소감문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머리말 같은 내용을 뭐 볼게 있다고 올려버렸지? 덕분에 사진만 찍어두고 천천히 올리려던 1번 메뉴 시식 소감을 허겁지겁 작성하느라 아까운 취침시간만 2시간이나 날렸습니다. 혹시 왔다가 "이게 뭐야~ 내용도 없잖아, 쳇." 이러면서 욕하고 갈 사람도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에구... 이글루스 운영자가 똥 싸놓은거 제가 치우는 느낌이라 좀 찝찝합니다. 천성이 게을러서 슬금슬금 내키는 때 가끔씩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이런 식으로 압박(?)을 받아서 서둘러 포스팅을 하게 되는 것도 뭔가 부자연스럽네요. 아무튼, 이 포스트는 체험 내용은 없으니 체험기를 봤으면 좋겠다는 분은 위에 (2)라고 올린게 있거든요, 그것을 보세요. (이 글에 트랙백 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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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식량 MRE 체험기 1
전투식량 MRE 체험기 2 (클릭)전투식량 MRE 체험기 3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