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은 이리오모테섬의 바다를 떠나 남은 이틀간을 지내기 위해 이시가키섬으로 건너왔다. 사실 이시가키의 바닷속은 이리오모테섬과 비교하면 좀 별로다. 물도 더 탁하고 산호도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틀씩이나 이시가키에서 다이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만타'때문이다.
대형 고래나 상어 종류를 제외하고 다이버가 볼 수 있는 가장 큰 바닷속 생물이 만타다. 만타보다 더 큰 놈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이유로 사실상 다이빙하면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범고래나 백상아리같은 애들을 보려고 목숨 내놓고 바다로 뛰어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큰 고래라든지 고래상어 같은 녀석들은 더 희귀한 편이기 때문에 역시 보기가 어렵다. 만타는 온순하고 움직임도 적당히 느린 편이라 만타가 다니는 포인트에 가면 그래도 꽤 높은 확률로 볼 수가 있다.
바로 그런 만타가 모이는 포인트가 여기 이시가키섬에 있다. 이시가키섬 북쪽 클럽메드 리조트가 있는 앞바다에 '이시자키 만타 스크램블[石崎マンタスクランブル]'이라는 이름의 다이빙포인트가 그곳인데, 특히 여름철에는 거의 100% 만타가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다이버들이 이 흥행의 보증수표를 보러 꾸역꾸역 여기 이시가키섬으로 몰려드는 거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작년에도 만타스크램블 포인트에 갔었지만 만타는 나오지 않았다. 거의 100%라더니 이게 무슨 구라란 말인가! 그때 얼마나 실망을 많이 했는지 난 거의 이성을 잃고 서른을 훌쩍 넘긴 아저씨 주제에 초딩처럼 가이드에게 신경질적으로 투정을 부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 챙피하긴 한데, 그럴 정도로 만타의 존재감이란 것이 다이버에게는 각별한게다.
올해는 만타씨를 만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재수 똥튀기게 한 번 만타씨가 안 나왔다면 다음날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이틀을 잡았다. 이제 이건 확률 싸움이다. 사실 100%라는건 구라고 만타씨가 기어나올 확률이 대충 80% 정도라 치면, 그냥 하루 가서 못 만날 확률은 20%[∵1 - 0.8 = 0.2]이지만, 이틀을 간다면 이틀 다 허탕 칠 확률은 4%[∵(1 - 0.8)*(1 - 0.8) = 0.04]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한 마디로 이틀 가면 그 중에 최소한 하루는 볼 확률이 96%로, 거의 완전 전생에 나라를 말아먹은 업보 같은거만 타고나지 않았다면 만타씨 만나서 윙크라도 하고 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비장한 각오가 깃든 이시가키에서의 다이빙은 작년에도 신세를 졌던 '다이빙 서비스 OSHIRO'를 다시 이용하기로 했다. 만타는 못 봤지만 그걸 빼고는 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가이드가 말도 안 되게 잘 생긴 꽃미남이었다든지 그 외의 다른 가이드 두명은 구릿빛 피부의 오키나와삘 물씬 나는 언니들이었다든지 하는 건 뭐 부수적인 이유고, 일단 배가 그 해에 진수한 새거라서 진짜 좋았다. 크기도 그렇고 속도도 이쪽 지역 다이빙 보트 중에서 최고인 것 같다. 색깔도 파랗고 깨끗한 것이 하루 종일 타고 있어도 기분이 아주 좋은게 정말 맘에 들었다. 거기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가끔 하테루마섬까지 원정도 가는 것 같고. 나무랄 데가 없다.
Diving Service OSHIRO 홈페이지OSHIRO는 다이빙샵 오너인 켄상의 성[姓]이다. 켄상은 다이빙샵 오너로는 의외로 드물게도 여기 오키나와 지방에서 나고 자란 우치난츄[ウチナンチュウ]다. 여기 다이빙샵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외지인들이 많다. Hot Mangrove의 우메상도 도쿄출신이고. 우메상이 얌전한 이미지라면 켄상은 좀 터프하다. 손님으로 온 언니들한테 농짓거리도 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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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No. : 10
날짜 : 2008.08.08 (금)
위치 : 오키나와 다케토미섬[竹富島]
포인트명 : 다케토미[竹富] 남쪽 감자산호 암초[じゃがいもサンゴの根]
입수 및 출수 시각 : 9:20 ~ 10:13
다이빙 시간 : 53분
시작 및 종료 압력 : 180 bar ~ 60 bar
최대수심 : 14.3m
수온 : 28도
시야 : 1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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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점이 다이빙 포인트)
다케토미섬 남쪽에서 2회 다이빙을 했다. 사실 이리오모테섬을 거쳐 오면 이쪽의 포인트는 별 감흥이 없다. 오늘 마지막 3회째에 만타스크램블에 간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 그냥 대충 훑어보면서 설렁설렁 놀았다.
이쪽 바다는 이렇게 백사장에 띄엄띄엄 암초가 있는데 그래서 좀 정적인 분위기랄까. 이리오모테의 바다가 남성적이라면 여기는 여성적이다.
등에 뭘 한가득 지고 다니는 갯민숭달팽이 한 마리. 사실 저건 호흡기관이다. 물고기로 말하면 아가미 같은 거.
썰면 한 접시 나올 것 같은 입술.
내가 좋아하는 곰치 아저씨.
영어 이름으로는 Frogfish 종류인데 얼핏 보면 정말 물고기같지가 않다. 막 헤엄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게 무슨 돌덩어리같다.
뜻밖의 볼거리가 있었다. 노코기리다이[ノコギリダイ]와 요스지후에다이[ヨスジフエダイ] 무리인데, 말간 물 속에서 뭉쳐서 떠 다니는 모습이 귀여웠다.
애들 다니는 모습이 은근히 입체감 넘친다.
뭐 이렇게 무난하게 첫 다이빙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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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No. : 11
날짜 : 2008.08.08 (금)
위치 : 오키나와 다케토미섬[竹富島]
포인트명 : 다케토미[竹富] 남쪽 평온의 암초[ヤスラギの根]
입수 및 출수 시각 : 11:03 ~ 11:55
다이빙 시간 : 52분
시작 및 종료 압력 : 180 bar ~ 60 bar
최대수심 : 12.5m
수온 : 28도
시야 : 2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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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점이 다이빙 포인트)
여기도 뭐 평범한 다케토미쪽 바닷속 분위기이다. 사실 이런 곳에서 잘 살펴 보면 자잘한 놈들이 이것저것 많이 있는데 난 지금 만타씨 만나려고 있는 힘껏 통을 키워 놓았기 때문에 별로 잘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가든일[garden eel]을 처음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하나.
햄버거 모양의 산호.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햄버거 모양이고 가까이 가니 스카시텐지쿠다이[スカシテンジクダイ]가 저렇게 산호를 휘감고 다니는게 은근히 분위기 있다.
산호 사이를 디벼 보면 자주 보이는 아카호시산고가니[アカホシサンゴガニ]. 우리말로 하면 붉은별산호게 정도?
이놈 진짜 귀엽고 웃긴 녀석이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손톱만한 주제에 맹한 눈으로 날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꽤 귀여웠는데.
특유의 기괴한 생김새의 lizard fish 종류.
집게 종류인데 실제 크기는 좁쌀만해서 사진 찍는 것도 힘들다.
해파리.
웃기게 생긴 스콜피온피쉬 종류.
이렇게 두 번째 의무방어 다이빙까지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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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No. : 12
날짜 : 2008.08.06 (수)
위치 : 오키나와 이시가키섬[石垣島]
포인트명 : 이시자키 만타 스크램블[石崎マンタスクランブル]
입수 및 출수 시각 : 13:41 ~ 14:30
다이빙 시간 : 49분
시작 및 종료 압력 : 180 bar ~ 50 bar
최대수심 : 15.8m
수온 : 27도
시야 : 2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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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점이 다이빙 포인트)
1년을 벼르고 다시 찾은 만타스크램블. 입수하기 전 켄상이 오늘은 만타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란다. 만타씨한테 전화라도 넣어 본 건지. 그래도 믿을 건 켄상밖에 없으니 군말없이 들어가서 졸졸 따라가니 진짜로 미리 연락 받고 있던 만타씨가 등장했다.
만타 두 마리. 오늘은 조촐하게 두 마리다. 많을 때는 다섯 마리 정도가 줄을 지어 다닌다던데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애들 둘이서 춤추는 짧은 영상.
만타씨를 만난 감동은 뭐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그렇고. 확실히 이런 거대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꽤 박력이 있다. 일본어 이름은 오니이토마키에이[オニイトマキエイ].
정신없이 앞에 만타 노는 걸 보고 있는데 옆에서 켄상이 손가락질을 한다. 뭘 가리키는 거지 하고 옆을 보니 바로 옆에서 또 한마리 만타씨가 유유히 지나가는게 이 영상의 볼거리다.
거대비행물체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 얘네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작은 체구지만 야무진 켄상. 고마와요 켄상.
보너스로 오랑우탄 크랩 한 마리. 왜 이런 이름인지는 생긴거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만타씨,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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